'성폭행' 폴란스키 미국땅 밟나…피해자 '사건종결' 탄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영화 '테스', '피아니스트', '차이나타운' 등을 연출한 폴란드 출신의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83)의 미국행에 청신호가 밝혀졌다.
지난 1977년 당시 13세 나이로 폴란스키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서맨사 카이머가 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 사건 종결 탄원서를 냈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카이머는 이날 열린 법원 심리에서 "그는 벌을 받을 만큼 충분히 받았다. 그는 이제 내게 빚진 게 없으며 그를 놓아주고 싶다"면서 사건 종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폴란스키가 법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을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고 방송은 전했다.
앞서 폴란스키는 지난 3월 LA 법원에 사건 종결을 호소하기 위한 심리를 요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폴란스키의 변호인 할랜드 브론은 "폴란스키는 이미 (복역) 기한을 다 채웠다"면서 "그가 미국에 돌아와 더 복역해야 한다면 기간이 얼마나 될지 검찰이 암시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폴란스키가 법정에 출석하기 전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떤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밝힌 바 있다"며 요청을 기각했다.
LA 검찰도 폴란스키가 먼저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고서는 이 사건을 종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폴란스키는 1977년 3월 LA에 있는 배우 잭 니콜슨의 집에서 13세 소녀인 가이머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폴란스키는 가이머에게 샴페인과 최면제를 먹였으며 성관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가이머의 고소에 따라 폴란스키를 체포했으며, 미성년자에게 술과 최면제를 먹이고 간음한 혐의 등 6개 죄목으로 재판을 받았다.
폴란스키는 가이머와의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고 검찰과의 플리바겐(조건부 감형 협상)이 법원에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듬해 미국을 떠나 40년 가까이 도피 상태에 있다.
그는 이후 단 한 차례도 미국에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2003년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게 됐을 때도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는 2009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영화상 수상차 방문한 스위스 당국에 체포돼 300일 넘게 구금 및 가택연금 상태로 있었다. 폴란드와 프랑스 이중국적자인 폴란스키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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