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퀴함 대신 웃음꽃 활짝"…담배연기 사라진 시골 경로당
옥천군 보건소, '금연 경로당' 도입 3년 만에 36곳 지정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군 군서면 월전리에 사는 A(69)씨는 요즘 경로당에 나가기 전 습관적으로 양치질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담배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그는 40년 넘게 담배를 피운 말 그대로 '골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마을 안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나 올해 그의 마을 경로당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담배 냄새가 사라지면서 경로당에 드나들 때마다 이웃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마을 주민 중 흡연자는 그를 포함해 단 4명뿐이다. 골목 안에 담배꽁초만 떨어져 있어도 오해 받는 처지가 됐다.
A씨는 "경로당 금연이 시작된 후 담배 냄새 풍기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졌다"며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어 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옥천군 보건소가 추진하는 '금연 경로당' 사업이 농촌마을에 금연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보건소는 농촌 노인의 흡연율을 낮추고, 공공장소 내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담배 연기 없는 경로당을 늘려나가고 있다.
2015년 10곳에서 출발한 금연 경로당은 3년 만에 36곳으로 늘었다. 월전리 마을도 올해 새로 지정된 11곳 중 한 곳이다.
정종운(54) 이장은 "경로당 금연이 시작된 뒤 마을 공터나 회관 등에서 담배를 꺼내 물던 흡연자들이 이웃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농산물 집하장 구석 등으로 옮겨가 담배를 피우는 상황이 됐다"며 "담배를 끊었거나 이참에 끊으려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금연 경로당 지정은 농촌 노인 흡연율을 낮추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천보건소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지역사회 건강도 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12.1%이던 이 지역 65세 이상 주민 흡연율이 지난해 10.5%로 내려앉았다. 보건당국은 올해 사상 첫 한자리수 진입까지 예상하고 있다.
금연 경로당은 건물 안팎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지정한 곳이다. 보건소 직원이 수시로 출장 나와 금연 여부를 점검하고,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 상담과 교육 등을 한다. 경로당 출입문 입구에 금연실천을 독려하는 글귀도 내건다.
경로당 환경이 산뜻해진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퀴퀴하던 담배 냄새가 사라지고, 바닥을 어지럽히던 담뱃재도 자취를 감췄다.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체조교실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이 우선적으로 지원되면서 웃음꽃이 피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다.
김옥년 군 보건소 건강증진팀장은 "해마다 10∼20곳의 금연 경로당 확대를 목표로 이동 금연클리닉 등 지원사업에 나서고 있다"며 "담배 연기가 사라진 마을에는 '건강 100세'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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