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보험 안 들었는데 어쩌나" 우박피해 농가 한숨
농약대 등 정부 지원만으로는 피해 복구 엄두도 못내
농민들 소모적인 것으로 생각해 가입률 여전히 저조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충북 제천의 A씨는 가뭄으로 바짝 마른 밭에 엉망이 된 고추를 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일 갑작스럽게 쏟아진 우박으로 지난달 모종을 심은 고추밭이 엉망이 됐다. 모종 위에 덮어놓은 비닐도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A씨는 "밭이 타들어 갈 정도로 가물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난데없는 우박으로 올해 고추농사를 거의 망쳤다"며 "고추를 모두 걷어내고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할 것 같은 데 복구비가 없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장조사를 거쳐 농약대와 새로운 작목을 재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인 대파대 등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런 지원만으로 우박피해를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A씨 농작물 재해보험도 가입하지 않아 더는 지원 받을 곳이 없어 한숨만 내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은 A씨 뿐 아니라 우박피해를 본 상당수 농가가 마찬가지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잠정 집계한 결과, 지난 1일 내린 우박으로 도내에서 662개 농가가 382㏊의 피해를 봤다.
지역별로는 제천 275개 농가, 2천79㏊, 괴산 179개 농가 67.5㏊, 단양 148개 농가 54.2㏊, 충주 40개 농가 40.9㏊, 보은 20개 농가 12.3㏊ 등이다.
작목별로는 사과 404개 농가 280.6㏊, 고추 65개 농가 29.9㏊, 수박 10개 농가 6.7㏊, 옥수수 21개 농가 8.2㏊, 배추 4개 농가 3.7㏊ 등이다.
이들 피해농가 가운데 사과를 제외한 다른 작물은 대부분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사과도 도내 우박 피해 농가의 재해보험 가입율이 40%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가 제천과 괴산의 사과 피해농가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농지면적을 기준으로 재해보험 가입률이 36%에 그쳤다.
지난해 통계를 기준으로 도내 전체를 보더라도 작목별 재해보험률은 사과 44.7%, 배 37.3%, 대추 24.4%, 벼 19.8%, 인삼 8.6%, 복숭아 8.1% 등으로 저조하다.
농민들이 예상하지 못한 재해를 당해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셈이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국비와 도비, 시·군비로 보험료의 85%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상당수 농가가 보험을 소모성 비용으로 생각해 가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시·군 등을 통해 농가들의 농작물 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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