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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 끓는 한반도] ① '자연산 명태 한 마리가 5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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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 끓는 한반도] ① '자연산 명태 한 마리가 5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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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 끓는 한반도] ① '자연산 명태 한 마리가 50만 원'

생태계 이상 징후 뚜렷…아열대성 어류 삼면 바다 점령

철새의 텃새화…농작물 지도 변화에 열대성 병해충까지

[ ※ 편집자 주 = 지난달 3일 서울 수은주가 85년 만에 가장 높은 30.2도를 기록했습니다. 일부 내륙지방에서는 5월 중 폭염 주의보가 발효되기도 했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연관된 한반도의 '때 이른 더위' 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기후(Subtropical Climate)화 할 것'이라는 학계 보고서는 나온 지가 이미 오래전입니다. 한반도와 주변 바다는 물론 의식주 등 일상에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이상 현상이 줄을 잇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한반도 기후변화, 아열대화에 따른 이상 징후, 의식주 패턴 변화 등을 살펴보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기획물 3편을 제작, 일괄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닷물 수온 상승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상승 폭이 아주 크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15년까지 1.11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 상승 폭(0.43도)의 2.5배를 넘는다.

수온 변화는 바다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

바다 생태계뿐만 아니다. 연중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여름 철새들이 한반도를 떠나지 않는 텃새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아열대성 과일과 채소 재배면적 증가 속에 동남아시아 여느 지역처럼 벼 2모작도 시도되고 있다.

언젠가 도심 가로수가 바나나 나무 등 열대나무로 바뀔 수도 있다는 성급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한류성 어종 사라지고 아열대성이 바다 점령

명태 등 찬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들이 사라지거나 대폭 줄어들고, 아열대 바다에 살던 생물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워간 지도 오래다. 명태는 1981년 16만5천여t이 잡혔으나 1993년 1만t 미만으로 줄었고, 2008년에는 전혀 잡히지 않아 '사라진 어종'으로 기록됐다.

정부는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자연산 어미 1마리에 50만원의 현상금까지 내걸기도 했다.

쥐치도 1986년 32만7천여t이나 잡혔지만, 최근에는 연간 어획량이 2천여t에 불과하다.





반면 난류성 어종은 날로 서식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주 특산종으로 알려진 자리돔은 독도 부근 해상에서도 나타나고 오분자기는 남해안까지 진출했다.

먼 남쪽 바다까지 나가서 잡았던 참다랑어는 이제 제주도 부근 바다에 대량으로 나타난다.

열대나 아열대 바다에서 사는 해양생물의 출현도 잦아지고 있다. 산호초는 남해는 물론 동해까지 진출했고, 최근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는 맹독을 가진 아열대 생물인 파란고리문어가 발견되기도 했다.

홍상어, 철갑둥어, 청새치, 보라 문어, 꼬리줄나비고기 등과 같은 아열대성 어종들도 동해안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바닷물 수온 상승에 따른 생태계 변화로 2050년까지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약 20% 감소하면서 연간 최대 4조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측했다.



◇ 텃새가 된 철새…여름 철새 겨울나는 모습 포착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철새에서도 확인된다.

백로와 왜가리 등은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여름 철새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사실상 텃새로 분류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산강 주변에서 월동하는 백로과의 개체 수가 2003년 55마리에서 2004년 152마리, 2006년 149마리로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10년 경남 통영 한 습지에서는 여름 철새인 해오라기 300여 마리가 무리 지어 겨울을 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아열대나 열대 지방의 철새도 자주 눈에 띈다.

지난해 4월 인천시 옹진군의 한 무인도에서는 아열대 조류인 검은뿔찌르레기와 회색머리노랑딱새가 처음 발견됐다.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는 열대성 조류인 물꿩이 둥지를 튼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따뜻한 기후인 제주도의 경우 열대나 아열대 등에 분포하는 남방종 철새 15종이 출현했던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개체 수 증가세도 확연해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가 전남 신안군 흑산도를 찾은 아열대성 조류인 검은이마직박구리의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2011년 3마리에서 2012년 12마리, 2013년 31마리로 급증세를 보였다.



◇ 아열대성 채소 재배면적 3년 새 4배 급증…벼 2모작도 시도

온난화는 농작물 지도도 바꾸고 있다.

보리 재배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가고 있고, 온대 과수인 사과는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아열대 과수인 감귤과 참다래, 무화과의 재배지는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재배됐던 패션프루트는 경북 김천, 구미와 충북 진천으로 확대됐고 아열대성 과일인 멜론은 강원도 양구에서도 재배된다.

국내 열대·아열대 과일 재배면적은 2014년 1천345㏊에서 지난해 1천406.5㏊로 증가했다.

패션프루트가 0.3㏊에서 44.4㏊로 늘었고, 파인애플은 통계에 없을 정도로 적었다가 4.5㏊로 증가했다.

망고, 키위, 용과, 파파야, 구아바, 바나나 등 품목도 갈수록 다양해진다.

채소의 재배 적지 역시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현재 기후변화 추세라면 2010년 7천449㏊였던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2020년 4천516㏊, 2050년 256㏊로 급감하고 2090년에는 '0'이 된다.

반면에 생소했던 열대·아열대성 채소 재배면적은 2014년 60.5㏊에서 2016년 254.5㏊로 2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하는 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남부지역에서는 벼 2기작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 외래 병해충의 공습…검출 건수 급증

지구 온난화는 '외래 병해충의 창궐'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몰고 오기도 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2분기에 수입한 농림산물 107만6천 건 중 2천629건에서 병해충이 나왔다.

검출된 병해충 종류는 379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 붉은깍지벌레 등 농림산업과 자연환경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외래 병해충이 나온 농림산물이 1천594건(병해충 236종)에 달했다.

특히 태국산 수입식물의 병해충 검출 건수가 전년도 2분기 72건에서 172건으로 139% 늘었다.

태국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두리안·레몬그라스·라임잎 등 열대 과일과 향신료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외래 병해충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농작물 피해 면적도 급증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런 돌발 병해충의 발생 면적은 2013년 4천151㏊에서 2014년 9천863㏊, 2015년 1만2천160㏊, 지난해 2만1천953㏊로 늘었다.

한반도가 뜨거워지면서 해충의 월동이 수월해졌지만, 방제는 쉽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홍수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국가 간 교역 증가와 수입식물의 품목 다양화, 급속한 기후 온난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며 "이들 병해충은 발생 원인과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적절한 방제 약제가 없어 급격히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백도인 김동철 이영희 김형우 기자)

doin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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