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테러는 걱정 없었는데"…IS 첫 테러에 테헤란 충격·불안
모스크·시장·지하철역 곳곳 무장군인 배치…도심 온종일 순찰차 사이렌 소리
'IS 무풍지대' 이란서 테러 발발에 충격…"내가 당할 수도" 긴장 역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해가 지자 테헤란 북부의 성지로 꼽히는 이맘자데 살레 모스크엔 여느 때처럼 라마단을 맞아 금식 종료 예배와 이프타르(라마단 기간 먹는 저녁 식사)를 위해 사람이 모였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지만 테헤란에서 연쇄 테러가 난 이튿날인 8일(현지시간)부터 무장 병력이 배치됐다.
예배에 참석하러 온 파라지(54) 씨는 "오늘따라 하얀색 사만드 승용차가 많이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테헤란에서 이란산 준중형 세단 사만드의 흰색 모델은 혁명수비대의 사복 요원의 업무용 차로 통한다.
그는 "경비가 삼엄한 의회와 이맘호메이니 영묘에서 영화처럼 계획된 테러 작전이 성공했다는 게 무섭다"며 "테러를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 내가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모스크 바로 옆 타즈리시 시장에서 장을 보던 한 중년 이란 여성은 "이라크에서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는 시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많이 저질렀다"며 "매일 오는 시장이지만 오늘처럼 불안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총격과 자살폭탄을 동원한 연쇄 테러가 난 지 하루 뒤 테헤란은 일상을 회복했지만 긴장이 역력했다.
시내 곳곳엔 소총을 든 군인과 준군사조직 바시즈민병대, 오토바이를 타고 2인 1조로 순찰하는 검은 제복의 혁명수비대가 여느 때보다 자주 눈에 띄었다.
연쇄 테러의 배후를 주장한 이슬람국가(IS)가 추가 테러를 경고한 테헤란 지하철역에도 무장 병력이 깔렸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과 큰 규모의 모스크의 경비가 강화됐고 주요 도로에 군·경찰의 검문소가 세워졌다.
전날 테러가 '성지'로 여겨지는 이맘호메이니 영묘에서 일어난 탓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 커진 듯했다. 정부가 보안에 각별히 유의하는 정치·종교적 성지조차 테러조직에 뚫리자 이란은 충격에 빠졌다.
현지 소셜네트워크에선 '다음 테러의 표적은 ○○이다'라는 소문으로 흉흉했다.
테러의 배후가 시아파에 적대적인 IS였다는 점에서 이란의 절대 다수인 시아파 무슬림의 긴장과 분노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IS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데다 통제된 사회인 이란에선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안도는 전날 테러로 산산조각났다.
테헤란에 사는 한 한국 주재원은 "테헤란은 한국과 비교하면 여러가지가 불편하지만 그래도 중동에선 '테러 안전지대'였다"면서 "이제 그 유일했던 장점마저 없어진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평소에 자주 찾는 시내 쇼핑몰과 시장에 당분간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했다.
민심에 동요하자 이란 지도층은 "불꽃놀이일 뿐"(최고지도자)이라거나 "이란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사소한 일"(의회 의장)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대테러 업무를 담당하는 이란 정보부는 "지난 2년간 극단조직의 테러 기도 100여건을 사전에 적발해 무산시켰다"며 통제력을 과시했으나 대중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부족해 보였다.
회사원 모스타파(40) 씨는 "정부는 안심하라고 하지만 타크피리(수니파 극단주의자를 폄하하는 단어·IS)의 첫 테러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며 "타크피리의 테러는 이라크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의 얘기인 줄 알았는데 테헤란에서 일어났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온종일 들리는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는 테헤란의 비상한 상황을 웅변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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