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에 찌든 그리스 병원, 고가 장비 도난 겹쳐 '설상가상'
그리스 경찰, 진단 기구 훔친 콜롬비아 범죄단 지명수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8년째 지속되는 긴축 조치에 신음하고 있는 그리스 병원들이 국제 범죄조직이 개입된 고가 의료 장비 도난까지 겹치며 울상을 짓고 있다.
8일 BBC방송에 따르면 그리스 경찰은 최근 아테네 병원 4곳에서 고가의 의료 장비를 훔친 혐의로 콜롬비아 범죄단을 지명 수배했다.
신원이 확인된 3명의 콜롬비아인 용의자는 관광객을 가장한 채 지난 달 터키를 경유해 그리스에 입국한 뒤 아테네 병원들을 돌며 값비싼 진단 장비의 절도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콜롬비아 경찰은 도난 품목 가운데 위와 장 내시경에 쓰이는 장비 등 총 50만 유로(약 6억원)에 달하는 의료 장비 4대를 콜롬비아에서 회수해 그리스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마약 범죄단 소속으로 마약 밀수에 흔히 동원되는 노새가 마약을 진짜 삼켰는지를 확인할 목적으로 내시경 등을 훔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약 범죄단은 노새에 마약이 든 통을 삼키게 한 뒤 배설물을 수거하는 방식으로 마약 밀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 여권을 위조해 그리스에 들어온 용의자들은 아테네 시내에 아파트 한 채에 며칠 머물며 자동차를 빌려 병원을 털었고, 훔친 품목을 콜롬비아로 발송한 뒤 지난 달 25일 보고타행 비행기를 타고 유유히 그리스를 빠져나갔다고 경찰은 귀띔했다.
한편, 아테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지난 4년 동안 그리스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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