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안전한 '흥행버스'에 타기보다 다른 길 가고 싶죠"
타임루프 소재 영화 '하루'서 절절한 부성애 연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매일 똑같은 하루,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어떨까.
그것도 사랑하는 딸이 사고로 죽는 모습을 매일 눈앞에서 목격해야 한다면 생지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하루'(조선호 감독)는 눈만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으로 되돌아가는 남자 준영(김명민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연기파 배우 김명민(45)이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준영 역을 맡아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준다.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촬영하다 너무 힘들어서 출연을 무를까 하는 생각도 했다"며 이번 작품이 유독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극 중 준영은 세계를 돌며 의료봉사를 다니다 딸의 12번째 생일을 맞아 귀국한다. 그는 딸과의 약속 장소로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낸 택시와 인근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있는 딸을 발견하고 오열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영화 속에서 이런 과정은 수없이 반복된다. 딸을 만날 마음에 들떠있던 초반의 준영과 딸의 죽음을 목격한 뒤 눈을 뜨는 준영의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비행기 안에서 눈을 뜨는 장면은 하루 6시간 만에 몰아서 찍었습니다. 앞의 상황을 경험하기도 전에 눈을 뜰 때마다 조금씩 다른 감정을 연기해야 했죠. 특히 박문여고 사거리에서 교통사고 장면을 촬영한 3주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38도를 웃도는 더위와 반복되는 시퀀스로 육체는 지쳐가는데, 순간순간의 다른 감정 연기를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사실 주인공이 시간 속에 갇히는 '타임 루프'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수없이 나왔던 소재다. 김명민은 "식상한 소재지만,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앞뒤가 자로 잰 듯이 빈틈없이 맞아떨어지는 게 너무 좋아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루'에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 민철(변요한)도 등장한다. 구급차 운전기사인 민철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아내의 죽음을 목격하고 아내를 살리려 발버둥 친다. 준영과 민철, 이들이 하루 속에 갇힌 사연은 후반으로 갈수록 서서히 드러난다.
김명민은 "가족애를 다룬 영화여서 온 가족이 보기에 제격"이라며 "보고 나면 오래오래 기억이 남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명민은 그동안 '조선명탐정'(2011) 시리즈, '연가시'(2012),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2015), TV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2015∼2016) 등의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왔다. 그러나 스크린보다는 안방극장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영화가 흥행이 잘되면 좋지만, 욕심은 없다"며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흥행공식 코드에 맞춰 편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요즘에는 모험을 안 하려는 배우들이 많아요. 어떤 배우는 시나리오 선택 기준이 '입금순, 액션이 없는 순'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물론 농담이겠지만, 어느 정도 위치가 되면 안전한 버스에 편승해서 흥행으로 가려는 배우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저는 편하게 안주하고 싶지 않고, 다른 길을 가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제2의 봉준호, 제2의 박찬욱 감독이 나오는데 제가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식지 않는 연기 열정 덕분일까. 김명민은 지난해 '하루'를 찍은 뒤 곧바로 남북한 첩보전을 그린 영화 'V.I.P'(8월 개봉) 촬영에 돌입했으며, 지금은 사극 블록버스터 '물괴'를 찍고 있다. 오는 8월께는 '조선명탐정3'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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