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감염 한 건도 없어…가열해 먹으면 '안전'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가 주로 겨울에 발생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달라요. 한여름 대목이 코앞인데 장사를 망치게 생겼어요."

군산과 익산, 완주 등 전북 곳곳에서 AI가 발병하자 지역 닭·오리고기 식당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여름 대목을 앞두고 모임 예약은 줄줄이 취소됐고,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가게는 텅텅 비어 업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전주시 완산구에서 삼계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60대 업주는 "AI 발생 보도가 지난 3일 나오자마자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전화로 '삼계탕 먹어도 되느냐'고 묻는 손님이 많고 예약도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삼계탕을 드시러 온 손님도 AI를 생각하며 찝찝해하신다"며 "자주 오는 '충성 손님'들은 별다른 말이 없지만, 정성껏 만든 삼계탕을 의심하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하다"고 토로했다.
수차례 AI 여파로 홍역을 치른 익산 시내 삼계탕집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역에서 맛집으로 꼽히던 어양동의 한 삼계탕 전문점은 연말 연초 단체석은 1주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붐볐지만, 이번 AI 파동 직후 예약이 확 줄었다.
업주 김모(64)씨는 "AI가 발생할 때마다 큰 타격을 입었는데 그때는 상대적으로 삼계탕 수요가 없는 겨울이어서 버틸 만했다"며 "올해는 AI가 초여름에 발생하는 바람에 한여름 대목을 망치게 생겨 걱정이 태산"이라고 푸념했다.
자영업자들은 "닭과 오리를 살처분한 농가는 일부 보상이라도 받지만, 우리는 보상은커녕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어 답답하다"고 입을 모은다.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도 이상에서 5분만 가열해도 사멸돼 가열하면 전염 가능성이 없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시기에 굳이 삼계탕을 먹어?'란 마음에 대체 식당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AI 발생으로 이동제한 조처가 내려진 농가들은 입식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닭의 생육 기간은 32∼35일, 오리는 38∼45일로 지금 입식을 놓치면 한참 소비가 늘어나는 7∼8월에 출하가 어렵다.
대형 육계회사 관계자는 "오리와 닭고기는 여름철에 대폭 소비량이 늘어나지만 입식을 하지 못하면 물량을 맞추지 못한다"며 "AI 사태가 빨리 진정되지 않으면 농가와 업계 전체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축 폐사율이 높은 고병원성 AI가 수차례 발생했지만, 인체감염은 한 건도 없었다"며 "충분히 가열한 닭·오리음식은 먹어도 안전하므로 소비자들은 동요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sollens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