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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 회복 중인 한국당…'2중대' 고민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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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 회복 중인 한국당…'2중대' 고민 국민의당

한국당 '이낙연 인준안' 이후 강성모드…전투력 떨어진다는 지적도

국민의당 캐스팅보트 위상 부각…호남민심 무시 못하는 구조적 한계

바른정당, 새보수 기치속 자강론 고민…정의당, 협력은 하나 존재감 고민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김동호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은 야권에 여야 간 정권교체라는 정치환경 급변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라는 준비기간 없이 출범했지만, 야당 역시 체질 전환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9년여 만에 정권을 내준 자유한국당은 대선 참패 이후 당 정비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제1야당으로서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는 '강한 야당'으로의 전환이라는 과제를 절감한 기간이었다.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 지위를 통해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민주당과 겹치는 호남 기반 정당이라는 구조적 한계 탓에 '협력적 비판자'와 '여당 2중대'라는 상반된 평가에 노출됐다.

바른정당은 '협력과 견제'를 통해 새로운 보수정당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존재감이 미약한 편이고, 정의당은 일단 문재인 정부에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다 보니 독자적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약점도 드러냈다.

한국당은 '여소야대', '다당제'로의 정치구도 변화를 가장 절감한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양당제 구도 때와 비교해 제1야당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제1야당이 반대하면 여당이 함부로 밀어붙이기 어려웠지만, 한국당이 과반의석도, 야권의 주도권도 쥐고 있지 못하다 보니 여권에 밀리기 일쑤다.

대표적인 것이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이다. 한국당은 이 총리의 도덕적 결함을 문제 삼아 인준안 처리를 반대했지만, 민주당이 국민의당 협조를 얻어 한국당의 불참 속에 표결을 강행한 것이다.





한국당은 총리 인준안 처리를 계기로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불참을 공식화하고 협치 중단을 선언하는 등 강성야당으로 변모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3인에 대한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추가경정예산안 등 다른 현안에서도 비판과 견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9년 만에 야당이 되다 보니 적응이 덜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도 나올 정도다. 인사청문회 때 '송곳 검증'을 예고했지만 이렇다 할 '한 방'이 없고 각종 현안 대응에서도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7·3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가 선출되면 대오를 다시 갖춰 좀 더 일사불란하고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한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40석을 보유한 국민의당이 힘을 실어주면 민주당(120석)이 과반을 점하고, 한국당(107석)도 과반에 육박하는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캐스팅보트 위치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리 임명동의안이 국민의당의 표결 참여 결정에 따라 통과 쪽으로 급전환한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국민의당 역시 속사정은 간단치 않다.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당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보니 한국당처럼 민주당과 대립각만 세울 수 없는 탓이다.

한국당과 달리 김이수 후보자나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 조심스러운 것도 호남 민심이나 민주당 지지층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이다. 한국당으로부터 벌써 '사쿠라', '민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은 초기 '문재인 태풍'이 잦아들면 사드배치나 공공일자리 추경 등 현안에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면서 제대로 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바람이 불면 잡초는 드러눕지만 바람이 그치면 다시 일어선다. 이제 산들바람은 다 불었다. 봄날은 간다"며 머지않아 국민의당 역할론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지난 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한국당과 동률을 이루고 지역적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오차범위 우세를 보인 것에 고무됐지만, 내부적으로 고심이 적지 않다.

한국당과 차별화하려면 정부·여당에 협력하는 태도도 보여야 하지만, 자칫 보수 표방 정당이 가치와 지향이 다른 민주당과 손잡는 모양새로 비칠 경우 보수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최근 "현 상태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연대·연합을 주장한 것도 자강론의 한계를 인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의당은 야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밀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물론 주요 개혁과제에 대해서도 대체로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숙명인 개혁과제가 성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큰 틀에서 감시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권 내 선명성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당의 존재감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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