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슬람 극단주의 대부는 사우디"
"카타르 매도, 단교는 적반하장…"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테러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에 대한 지원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한 데 대해 정작 외부 세계를 향한 이슬람 극단주의 수출의 핵심은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사우디가 이슬람 지하드 조직의 신앙적 바탕이 되는 이슬람 근본주의 와하비즘의 수출과 자금력을 앞세운 포교 지원에 앞장서온 만큼 사우디의 카타르 매도는 자가당착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우디-카타르 분쟁에서 사실상 사우디 편을 들고 나선 것은 이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과격 이슬람 수출을 이유로 사우디 왕가에 비판적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뒤집기에 골몰한 나머지 이슬람권 내부에 대한 정확한 사태 파악을 간과하고 있는 탓일까….
사우디와 카타르는 이슬람권 내에서 사우디 왕가가 신봉하고 있는 와하비즘을 함께 신봉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와하비파 신봉국이지만 카타르가 사우디의 영향을 벗어난 독자적인 이슬람 노선을 추구해 온 점이 사우디와 갈등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아랍의 봄 이후 한때 이집트 집권에 성공했던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카타르의 지원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무엇보다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국가 왕정에 치명적 위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사태에서도 사우디와 카타르 모두 와하비즘과 맥을 같이하는 살라피파 세력을 지원하고 있으나 카타르가 지원하는 세력은 러시아와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에 밀려 상당수가 알카에다 측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카타르의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우디가 와하비즘 수출을 지원한 것은 국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부상과 관련해 그 규모와 영향 면에서 비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가드너는 7일 이란이 서방의 간섭과 아랍권 내분을 이용해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 등지에서 분란을 조장하고 있지만, 현재 세계가 당면한 테러 전염병은 수니파 이슬람이며 와하비즘의 독점적인 배타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과 수니파 단결 촉구가 이들을 고무시킨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카타르를 희생양으로 삼을 경우 그 여파가 반드시 사우디 등 다른 아랍 왕정에 연쇄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카타르의 알 타니 왕가나 사우디의 사우드 왕가는 총리를 통해 국정을 다스리는 요르단과는 다르다면서 요르단은 실정의 책임을 총리에게 전가할 수 있으나 이들 아랍국은 실정 시 아랍 왕정의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편 테러가 잇따르고 있는 영국에서도 노동당과 자민당 등 야당 측이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영국내 테러 자금 지원에 관한 정부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최근 런던 테러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사우디가 신봉하고 있는 수니 와하비즘의 극단주의적 형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영국 내 지하드 조직에 대한 사우디의 자금 지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이 총리 정부는 이에 대한 '민감한' 정부보고서 공개를 꺼리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지난 4일 영국은 극단주의 이념들을 자금지원하고 부추겨온 사우디 및 다른 걸프 아랍국들과 '어려운 대화'를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극단조직에 대한 외부 자금지원 내용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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