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보기관, 중국인 정치기부금 경보 "정치개입 기도"
총리 등 정치권에 경고음…중국측 접근 강화에 경계 목소리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서 자국 정치에 개입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 정보당국은 유력 정치인들을 향해 중국 기업인들의 정치기부금을 주의하라는 경고까지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경계 수위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호주의 국내담당 정보기관인 호주안보정보기구(ASIO)는 맬컴 턴불 총리와 토니 애벗 전 총리, 주요 야당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에게 중국 기업인들의 기부금을 주의하도록 각각 브리핑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 언론이 6일 보도했다.
ASIO는 특히 중국공산당의 호주 정치 개입을 위한 중간 전달자일 수 있다며 저명한 중국 기업인 2명의 이름까지 거명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앞서 ASIO의 책임자인 던컨 루이스도 2015년 주요 정당들의 행정 책임자들에게 비밀리에 브리핑하면서 백만장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황시앙모와 차우착윙을 언급했다.
당시 두 사람은 직접 혹은 회사를 통해 그때까지 약 670만 호주달러(56억 원)를 정치기부금으로 제공했다.
차우는 시드니공대(UTS)에 2천만 호주달러(167억 원)를 쾌척해 학교 내에 자신의 이름이 붙여진 건물이 들어서도록 했고, 2015년에는 시드니대학에 1천500만 호주달러(126억 원)를 제공하는 등 호주에 큰손 기부자로 알려졌다.
황도 2014년 UTS 호주관계연구소에 180만 호주달러(15억 원)를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ASIO의 경고에도 연립여당이나 노동당은 그 이후로도 각각 약 90만 호주달러(7억5천만 원)와 20만 호주달러(1억7천만 원)를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사정에 따라 노동당 상원의원이 황의 호주 시민권 획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일어났으며, 황은 지난해 총선 직전 노동당의 중국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40만 호주달러(3억4천만 원)의 기부금 제공을 시도하기도 했다.
최근 호주에서는 중국 측의 정치 개입 시도나 첩보 활동 강화 등의 움직임이 잇따라 표면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가고 있다.
중국과 호주 사회를 잇는 사교계의 여왕으로 알려진 셰리 옌(58)은 자신의 집에서 다량의 호주 정부 기밀문서들이 발견되면서 중국 정보기관원으로 활동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앤드루 롭 전 호주 통상장관은 중국공산당과 연계된 백만장자 예청으로부터 연 88만 호주달러(7억4천만 원)를 받기로 하고 지난해 총선 전부터 컨설팅을 시작했다.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은 호주 ABC 방송과 미디어그룹 페어팩스에 "다른 나라들의 간섭은 호주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 경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이는 점차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랜디스 장관은 또 첩보활동 및 외국의 간섭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을 올해 말까지 내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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