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러도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로 만들려는 트럼프?
트위터서 이슬람 반이민 정책·총기소지 옹호
반이민 정책 설전 벌였던 런던시장과 갈등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런던 도심에서 발생한 테러를 빌미로 논란이 되는 자신의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이슬람에 대한 두려움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1년여 남짓 대서양을 넘나들며 자신과 설전을 벌였던 영국 최초의 이슬람교도 출신 런던 시장인 사디크 칸과도 갈등을 보였다.
4일(현지시각)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런던 테러를 이용해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반(反) 이민' 정책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자신의 정책을 옹호하는 등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는 달리 '충동적인'(impulsive) 대응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직후, 런던 당국이 진상을 발표하기도 전에 이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는 드러지리포트의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리트윗했다.
테러 피해로 상심했을 영국 국민에게 애도를 표시하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미국 법원이 자신의 여행금지명령(반이민 행정명령)을 옹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날렸다.
이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영국 국민을 위로하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전임자들과 같은 대응을 보이는 듯했지만 다음 날 아침 바로 칸 시장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는 3천100만여명의 팔로워를 둔 자신의 트위터에서 "최소 7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친 테러 공격에도 런던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고 비난했다.
이를 두고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칸 시장의 인터뷰 내용 전후 문맥을 무시하고 인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공격에 런던시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칸 시장에게는)도널드 트럼프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올리는 트윗에 반응하는 일보다 처리해야 할 더 중요한 일들이 많다"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들의 '악연'은 지난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칸 시장이 이슬람교도로는 처음으로 런던시장에 당선됐던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서 모든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선거 공약을 내걸었는데 칸 시장이 당선되자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예외적으로 그의 미국 입국은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칸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에 대한 무지한 시각"을 갖고 있다며 자신이 예외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이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과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까지 가세한 트럼트 진영과 칸 시장 사이의 설전은 최근까지 이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우리가 총기 소지 논쟁을 하지 않는 것을 알겠나? 그것은 그들(테러리스트들)이 칼과 트럭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려 미국 내에서 오래도록 논란이 되는 총기소지 정책에 대한 옹호론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 이러한 처사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심각한 테러 공격을 당한 이런 상황은 분열을 초래하고 공격에 대응하려는 시장을 비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을 연구하는 역사학자 로버트 댈렉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병적으로 자기중심 주의적인 사람'(egomaniac)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게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더 잘 알고, 그는 옳으며 모든 면에서 남보다 한발 앞선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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