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아프신데도 캐디 해주신 아버지께 효도 우승"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한 김지현(26)이 "기다렸던 4년 만의 우승, 아버지와 함께 이뤄내 더욱 기쁘다. 효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현은 4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파72·6천289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7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LIG 손해보험 클래식, 2013년 넵스 마스터피스 우승 이후 1천386일 만에 거둔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직접 딸의 캐디로 나선 아버지 김재중(61) 씨와 합작한 우승이어서 의미가 더 컸다.
김지현은 "사실 아버지가 이번 대회 때 아프셔서 굉장히 컨디션이 안 좋으셨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을 정도였는데 '이 골프가 뭐라고 딸이 아버지를 이렇게 힘들게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아버지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대회 결과가 어떻든 아버지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지현은 "우승이라는 결과를 낳아 마음의 짐을 던 기분이다"라고 기뻐했다.
고령의 아버지가 캐디백을 멘 것은 김지현의 부탁 때문이었다.
김지현은 "작년에도 틈틈이 메 주셨는데, 작년에 제가 잘 친 대회는 아버지가 메셨던 대회였다. 연세가 있으셔서 마음 편히 골프 치라고 백을 놓으셨는데, 올 시즌 초반에 롯데렌터카 오픈 예선에서 떨어지니 마음의 안정을 찾을 때까지 백을 맡아달라고 다시 부탁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딸의 부탁에 흔쾌히 응한 김 씨는 지난 4월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부터 딸의 캐디 역할을 맡았다. 그 후 김지현은 지난달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면서 상승세를 탔고, 우승의 결실도 봤다.
김 씨는 딸이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곁을 지켰기 때문에 김지현의 스윙과 스타일을 잘 알 수밖에 없다. 또 자신도 '싱글 골퍼'여서 경기 중에 도움이 되는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고 김지현은 자랑했다.
김지현은 편찮은 몸으로도 무거운 캐디백을 멘 아버지를 보며 "더 힘내고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김지현은 "마지막 날 항상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실수가 나와 부모님이 많이 속상해하셨다. 그래서 소극적인 모습만 보이지 말자는 생각으로, 실수하더라도 자신 있게 쳐서 실수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쳤다"고 설명했다.
김지현은 이날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같은 소속팀(롯데) 동료이자 후배, 동생인 김현수(25)를 제친 것에 마음이 쓰여서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김지현은 이날 17번홀(파3)까지 김현수에게 1타 뒤진 2위였으나, 이 홀에서 약 10m 롱 버디 퍼트에 성공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어 18번홀(파5)에서 극적인 버디를 낚으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김현수는 18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무너졌다.
김지현은 "중간에 현수 흐름이 너무 좋아서 현수가 우승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롯데 소속 선수가 우승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며 "현수가 마지막 홀에서 해저드에 공을 빠트려서 우승을 놓쳐 내가 다 아쉽고 미안했다"고 속 깊은 마음을 썼다.
이번 우승으로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도 획득한 김지현은 "큰 무대를 나가게 돼서 기분이 좋다. 많이 배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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