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살수·방역차 등 총동원…갈라진 논에 물 대기
충남 가뭄 극복에 군·소방·민간업체 지원 '총력전'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3일 충남 청양군 대치면 한 들녘에 레미콘 차량 7대가 줄을 이어 들어왔다.
최악의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논은 레미콘 차량에서 물이 쏟아지자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물을 흡수했다.
대형 건설 공사를 떠올리게 한 건설업체의 용수지원은 타들어 가던 대지를 순식간에 되살려 놨다.
충남 서산에서는 최근 논물 대기에 소방차, 살수차, 방역차가 동원됐다.
물을 담을 수 있는 차량은 모두 동원된 셈이다.
차량에서 물이 쏟아지고 논에 물이 차기 시작하자 어두웠던 농민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농민 김모(67)씨는 "갓 심은 모가 말라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었다"며 "논에 물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말했다.
군부대도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와 주민들을 위해 대민지원을 하고 있다.
육군 32사단은 가뭄에 시달리는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유한 살수차, 트레일러, 제독차 등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받는 충남 서부지역 농민들을 위해 군과 소방은 물론 민간기업까지 두 팔을 걷고 나섰다.
4일 충남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충남지역 누적 강수량은 847.2㎜로 평년의 66.0%에 불과하고, 이달 하순까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의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충남 서부지역에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은 저수율이 준공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고, 도내 898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도 40.4%로 평년 대비 63.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모내기 철인 데도 모내기를 못 하는 논이 속출하고, 오랫동안 물을 공급받지 못한 밭작물도 속수무책으로 타들어 가고 있다.
충남 태안에 있는 한 생수 업체는 최근 지하 250m 깊이 관정을 판 곳에 파이프를 박은 뒤 지하수를 끌어올려 메마른 논·밭으로 흘려보내는 통수식을 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면서 농민들이 모내기를 하지 못하자 생수 업체가 자비를 들여 관청을 판 뒤 지하수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이 업체는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870m 깊이의 암반에서 생산한 생수를 모내기용으로 농가에 24시간 공급했다.
대형 파이프를 통해 흘려보낸 물이 2만t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마을 주민은 "가뭄으로 걱정이 많지만, 우리 마을은 몇 년 전부터 생수 업체에서 물을 무한정 공급해줘 물 걱정 없이 지내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충남도는 가뭄 극복을 위해 '봄 가뭄 용수 공급 대책실'을 '가뭄 극복 재안안전대책본부'로 확대해 가동하기로 했다.
가뭄에 따른 분야별 피해 상황을 분석해 인력·장비 등을 적기에 지원하는 등 종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가뭄 피해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가뭄 피해 지역의 정상 영농활동을 위해 도비와 시·군비를 포함해 예비비 27억원을 투입해 긴급 못자리 설치비를 지원키로 했다"며 "특히 염해 피해가 이어지는 서해안 간척지에 대해서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관정 개발 및 수중 모터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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