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구속영장 기각…암초 만난 검찰 '국정농단 재수사'
뇌물·범죄수익 등 추가혐의 입증도 난항 불가피…영장 재청구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검찰이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3일 새벽 기각하면서 정씨를 상대로 한 추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정씨를 발판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전반을 재수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는 터라 이러한 결과가 향후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검찰은 애초 정씨에게 ▲ 이화여대 부정입학·학사 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 청담고 재학 시절 공결 처리를 위해 대한승마협회 명의의 허위 공문을 제출한 행위에 근거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2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씨가 머물던 덴마크에 범죄인 인도를 위한 사법공조를 요청하며 적시한 혐의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구속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로선 만약 정씨 구속 수사를 목표로 한다면 핵심 혐의를 보완해 소명하는 한편 추가 혐의까지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올 3월 특검에서 정씨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영장에 적시된 혐의 외에도 여러 건의 범죄 혐의를 눈여겨보며 추가·보완 수사를 진행해왔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정씨에게 삼성그룹 지원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삼성 자금의 최종 수혜자인 정씨가 '검은돈'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를 받아들였다면 뇌물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검찰도 정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이 부분을 비중 있게 들여다볼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기존 혐의마저 부인한 정씨가 가장 형량이 무거운 뇌물 혐의를 인정할 리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에서 받은 돈을 정상적인 승마 훈련 지원금으로 위장하려 했다는 범죄수익은닉 혐의, 불법으로 외화를 반출해 독일 현지 부동산을 구매하고 덴마크 생활 자금 등에 사용했다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의 입증도 난항을 겪을 공산이 커졌다.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검찰 수사의 향배다.
지난달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진하다고 인식됐던 국정농단 의혹의 재수사 카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활동한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해 이 사안은 더욱 무게감 있게 거론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씨에 대한 수사가 이를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럭비공'으로 불릴 만큼 거침없는 정씨로부터 수사 단서나 관련 진술을 확보해 수사 보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40년 지기'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간 관계, 최씨의 국정농단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이는 꽤 설득력 있게 회자했다.
검찰이 정씨를 매개로 한 재수사를 검토했다면 이번 영장 기각은 악재 요인이다.
다만, 이대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불구속 기소하는 대신 광범위한 추가·보완 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정씨가 국정농단 의혹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면 검찰로선 이대로 물러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청구를 통해 재수사의 불씨를 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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