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하지 않을 권리·Fe 연대기
▲ 일하지 않을 권리 = 데이비드 프레인 지음.
우리는 어릴 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고 인정받는 일자리에 대한 꿈을 키우며 성장한다. 그리고 자라선 월급을 주는 직장과 이에 충실한 직장인의 삶을, 자아를 실현하고 가정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자 사회, 국가를 위한 선(善)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프리랜서 사회학 연구자인 저자는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윤리적으로 거의 절대적 우월성을 갖는 '일'의 가치와 지위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영국 카디프대학교에서 비정규직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교리적 속성과 지위를 갖게 된 일과 현대인을 일 중독으로 이끄는 일에 대한 강박관념이 정치·사회적 구성물일 뿐이며 개개인의 행복과는 무관하거나 행복을 억압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소비와 속도를 줄이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되찾자는 인식이 퍼지고는 있지만, 개인적 취향의 문제로 치부될 뿐 사회 구성원들 간의 집단적 고민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의 윤리적 지위는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이다.
일에 대한 강박적 분위기 속에서 비노동자를 '식충이'로 만드는 현대사회의 일 중심적 속성에 도전할 때가 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동녘 펴냄. 장상미 옮김. 352쪽. 1만6천원.
▲ 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 연대기 = 김서형 지음.
'철(Fe)'이라는 하나의 원소를 매개로 138억 년 우주와 지구, 생명, 인류의 역사를 조망한 책.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철의 궤적을 추적함으로써 농기구, 칼, 바퀴, 금속활자, 산업혁명, 철도, 탱크, 수류탄, 인공위성, 우주정거장에 이르는 인류의 문명을 재조명한다.
울산에선 해마다 쇠부리축제가 열린다. '쇠부리'란 철광석을 녹이고 가공하는 제철 작업을 일컫는다. 울산 북구의 달천철장은 삼한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철광석 산지인데, 훗날 신라가 된 사로국이 이 달천철장을 기반으로 일어섰다.
철은 인류 역사뿐 아니라 생명의 탄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5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 철은 액체와 고체 상태로 지구 중심부에 존재해왔는데, 금속철의 산화와 산화철 광물 덕분에 유기물질이 만들어지면서 35억 년 전 최초의 원시 생명이 생겨날 수 있었다.
빅히스토리는 인간에 국한됐던 역사적 분석 대상을 생명과 우주로 확장해 통합적으로 인식하려는 새로운 역사 방법론으로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맥쿼리대 교수가 처음 주창했다.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교수인 저자는 학생들에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통합적으로 교육하는 빅히스토리 프로젝트를 한국에 도입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 책 역시 이러한 프로젝트의 일부다.
동아시아 펴냄. 316쪽. 1만5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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