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귀환' LG 허프, 속죄투는 개인 첫 완투로
시즌 3경기 3패, 평균자책점 5.82 부진 말끔히 씻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시즌 출발이 늦었을 뿐만 아니라 뒤늦게 팀에 합류해서도 민폐만 끼쳤던 LG 트윈스의 좌완 투수 데이비드 허프(33)가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듯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허프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 9이닝을 혼자 책임지며 상대 타선을 산발 8피안타 1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볼넷은 하나도 없었고, 삼진은 7개를 솎아냈다.
지난해 중반 KBO 리그 무대를 밟은 허프가 완투승을 거둔 것은 처음이다. 7탈삼진도 개인 최다.
에이스가 호투를 이어가자 오랫동안 부진에 허덕였던 타선도 장단 11안타를 집중시켜 6점을 뽑아내고 6-1 승리를 합작했다.
허프는 시즌 4번째 등판 만에 첫 승리(3패)를 완투승으로 장식했고, LG는 6연패 뒤 2연승을 질주했다.
허프는 올해 시범경기 도중 무릎을 다쳐 지난달 12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야 1군 무대 마운드에 섰다.
LG가 허프 없이도 승승장구하던 때였다. 허프의 복귀는 잘 나가던 LG에 날개를 달아준 격으로 보였다.
하지만 허프는 이후 3경기 등판에서 모두 패배를 떠안았고, 평균자책점은 5.82로 부진했다.
믿었던 에이스가 무너지자 LG는 이후 추락을 거듭했다. 2위까지 치솟았던 순위는 거듭된 부진 속에 공동 4위로 내려앉았다.
LG는 전날 넥센을 5-2로 꺾고 힘겹게 6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LG로서는 이날이 상위권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느냐의 중요한 갈림길이었다.
그 중요한 경기에서 허프가 지난해 보여줬던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았다.
허프는 체인지업이 가끔 한가운데로 몰리긴 했지만, 최고 시속 149㎞를 찍은 직구의 위력이 빼어났다.
올 시즌부터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확인하듯 허프는 좌우 코너 구석을 날카롭게 찌르는 코너워크로 삼진 7개를 솎아내며 호투를 이어갔다.
흥미로운 것은 넥센이 이날 좌완 허프를 맞아 좌타자를 5명이나 선발 라인업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좌완 선발이 등판하면 우타자 일색으로 타선을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장정석 넥센 감독은 통념을 깨고 9번 이정후부터 3번 김웅빈까지 4타자 연속 좌타자 진용을 꾸렸다. 5번 자리에는 좌타자 채태인을 넣었다.
좌투수 상대 전적에 기반을 둔 선수 기용이었지만 지난해 에이스 모드를 회복한 허프에게는 소용없었다.
허프는 1회초 2사 1루, 2회초 2사 1, 3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에는 그야말로 철벽이었다. 3회부터 5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6회초 김하성의 희생플라이로 이날 경기의 유일한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7회를 4타자, 8회를 3타자로 끊어냈다.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허프는 안타 2개로 2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강상수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교체는 없었다.
허프는 박동원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한국 무대 첫 완투승으로 시즌 첫 승리를 신고했다.
허프는 지난 시즌 LG의 구세주였다.
스콧 코프랜드의 대체 선수로 지난해 7월 14일 LG에 합류한 허프는 정규시즌에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3.13을 올리며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악전고투하다가 허프 영입 이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 LG에 허프의 이날 호투는 데자뷰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후 "허프가 작년의 느낌처럼 컨디션이 거의 회복된 것 같다. 허프가 많은 실점하지 않은 것이 점수를 낼 기회를 만들어줬다. 특히 처음 나온 포수 조윤준과 호흡을 잘 맞춘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허프는 "경기 전에 포수 조윤준, 전력 분석 파트와 함께 넥센 타자들에 대해 분석을 한 것이 좋은 경기를 하게 됐다. 선발 투수로서 항상 긴 이닝을 던지고 싶은데 오늘은 타자와 수비수들의 도움으로 완투하게 된 것 같다. 팀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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