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 3년 넘게 안갯속
이전과 재건축 두고 상인 간 대립 첨예…국비 확보 위해 합의 필수
대구시 협의회 구성해 해결 나서…"이른 시일 안에 결론 나도록"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이전을 원하는 상인과 재건축을 선호하는 상인이 대립하고 있어 해법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대구시 관계자)
대구시가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 계획을 밝혔으나 방식을 두고 상인 등 사이에 의견이 갈려 3년 넘게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작년 연말까지는 현 장소에 재건축할 것인지, 다른 장소로 옮길 것인지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합의 도출에 실패해 도매시장 상인 등 사이에 갈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는 5일 "현대화에 필요한 예산 3천500억원 가운데 국비 600억∼700억원을 받기 위해선 추진방식에 상인 간 합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아 사업을 계속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 이남 최대 농산물 집산지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1988년 문을 열었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건물 배치, 공간 포화, 낡은 건물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2005년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시가 2013년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 방안 계획수립' 용역을 실시한 결과 재건축보다 이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는 북구 검단동, 달성군 하빈면 등 후보지 4곳 가운데 적합한 장소를 물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5년 용역을 다시 해 재건축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당시 시 관계자는 "기존 터를 매각하고 도매시장을 이전하면 매입 대상자를 이른 시일 안에 찾기 어렵고 사업비도 막대하게 든다"며 "북대구 IC 등 주변 교통망이 발달한 현재 도매시장 수송여건 등도 장점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도매시장 일부 상인은 "대다수가 이전을 요구했음에도 의견을 묵살했다"며 "재건축은 공사 기간이 2∼3년 더 걸려 도매시장 기능 위축, 물동량 감소 등 부작용을 낳는다"고 반발했다.
이런 까닭에 사업은 계속해서 표류했다.
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3월 김연창 경제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한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유통종사자 대표 13명과 건축·도시계획·갈등관리 분야 전문가, 북구청 관계자 등 22명이 참여한다.
협의회는 최근까지 2차례 회의를 열고, 지난달 말 시설현대화에 나선 서울 가락도매시장과 인천 구월도매시장을 찾아가 두 시장 관계자에게 사업 추진 경과, 이전·재건축 장단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지금 상권을 포기할 수 없으니 재건축하는 게 맞다", "넓은 터를 확보해 시설을 새로 짓고 장사를 시작해야 한다"며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밀도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 협의회 안에 갈등관리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소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전 또는 재건축을 원하는 상인 대표 2명씩 참여해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 토의할 방침이다.
만약 이전 쪽으로 사업 추진 방향을 확정하면 대상지로는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용역 결과 이전 후보지로 함께 이름을 올린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2등급이라 해제가 어렵고, 북구 팔달지구는 진출입로 확보 등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설 안전성, 상인 간 갈등 등을 고려할 때 현대화 문제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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