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메르켈 불화 속 가까워지는 獨中…新거대동맹 탄생하나
中에는 대미 공동전선 구축 호기…리커창·시진핑 잇따라 방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이 박차고 나간 유럽연합(EU)의 동맹국 자리를 대체할 국가로 중국이 관심을 받으면서 새로운 거대 동맹이 탄생할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EU의 맏형 격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실망감을 드러내며 "유럽은 더는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한 이후 사흘 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잇달아 만나며 새로운 동맹을 찾기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메르켈의 행보 와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을 틈타 파리기후협정과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나선 중국의 움직임이다.
중국은 유럽과 손잡고 대미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지정학적 전략상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이를 장기 목표로 추진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냉대는 중국에 뜻밖의 기회를 가져다준 셈이다.
리 총리가 벨기에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만나기에 앞서 독일 방문에 이틀이나 할애한 것도 중국이 얼마나 EU 중심국인 독일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공들이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다음 달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참석한다. 중국의 '넘버 1'과 '넘버 2'가 한 달 사이에 잇달아 한 국가를 방문하는 자체도 드문 일이다.
리 총리는 이번 유럽 순방에서 EU의 새로운 동맹으로 중국이 최적의 선택임을 보여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매츠 하본 중국 주재 EU상공회의소 소장은 "리 총리가 경제 자유화를 위한 열망이 진실하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과 EU 회원국으로서도 중국과의 관계 진전은 큰 도전이다.
EU 회원국들은 중국의 잇따른 핵심 기업 인수로 갈등을 빚은 적이 있어서다. 일례로 지난해 자동화 로봇 세계 1위 업체인 '쿠카'가 중국 최대 가전업체 메이디에 넘어가자 독일에선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중국의 인수합병을 통한 기술 유출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현재 미국과의 껄끄러운 관계 등을 고려해 전략적 유연성을 보이며 리 총리의 방문을 환대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의 회동을 계기로 EU와 중국이 새로운 동맹으로 거듭나면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안보동맹이 무너지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홍콩 링난대 장바오후이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제 EU의 리 총리 대접이 달라질 것"이라며 "유럽, 특히 독일은 기존 미국-유럽 동맹이라는 관념이 흔들리는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섣부른 동맹 구축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마르셀 프라츠셔 독일 경제연구소 소장은 "독일은 미국보다 중국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며 "좋은 갈아타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U 내부에서도 외자기업 차별 등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이 문제는 리 총리의 독일 방문 뒤 열리는 중국-EU 정상회담서도 거론될 전망이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중국에 투자한 EU 기업들은 차별과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며 "덤핑과 지원금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벌이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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