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5개국 총리 '트럼프 중동방문' 집단풍자
금기 깬 온라인 도발…"만화 속 악당 같은 모습 비꼬기"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노르딕 5개국 정상이 다른 나라 정상을 비꼬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풍자 사진을 연출했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축구공을 두 손으로 함께 맞잡고 있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총리들이 각자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시한 사진에는 "누가 세계를 지배하는가"라는 질문이 첨부됐다.
최근 중동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풍자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 리야드에 있는 '극단주의와 싸우는 글로벌센터'에서 매우 흡사한 풍경을 연출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살만 사우디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함께 빛나는 지구본에 손을 얹고 사진을 찍었다.
로이터 통신은 "으스스한 불빛 때문에 만화책에 나오는 악당들이 지구지배 음모를 꾸미는 아우라를 풍겼다"고 해당 사진을 평론했다.
그러면서 "트위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진"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노르딕 국가 정상들은 노르웨이 남서부에 있는 베르겐에 상호협력을 위해 모였다가 풍자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우디, 베르겐 사진을 아래위로 붙인 뒤 "누가 세상을 지배하는가? 리야드 vs 베르겐"이라는 글을 남겼다.
솔베르그 총리는 "위에 있는 사진에 있는 사람들(트럼프 일행)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며 "아래 사진에 있는 이들은 지속가능한 목표를 담은 공을 들고 있는데 그 목표가 미래를 위한 로드맵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나들이이던 중동, 유럽 순방 후 급격히 악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걸프왕정, 러시아에 다가서면서도 유럽의 전통적 우방에는 안보비용 불균형이나 무역역조를 들어 노골적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유럽, 특히 자유민주주의 체계를 지닌 국가들을 주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의 운명은 유럽이 결정해야 한다"고 미국의 간섭으로부터 독립을 시사하는 강성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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