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서 3세기 마한 고분군 확인…"가야와 교류한 해상세력 거점"
50∼70년 동안 축조한 무덤 50여기, 토기·철기·구슬류 출토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전남 해남에서 마한이 약 1천700년 전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고분 수십 기가 확인됐다.
해남에서 나온 마한 고분군 중 최대 규모급으로, 가야에서 생산된 납작한 덩이쇠가 함께 출토돼 가야와 교류한 해상세력의 거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대한문화재연구원이 해남군 화산면 안호리 514-3번지 일원에 있는 안호리·석호리 유적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3세기 후반부터 4세기 초반 사이에 만들어진 고분 50여 기를 찾아냈다고 31일 밝혔다.
고분은 사다리꼴의 도랑을 파고 그 안에 목관묘(나무 관 무덤)나 옹관묘(항아리 시신을 넣는 무덤)를 안치한 뒤 일정한 시기가 지나서 도랑 바깥쪽에 목관묘, 옹관묘, 토광묘(땅에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묻은 무덤)를 추가로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일 대한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고분 50여 기에서 확인한 매장시설은 모두 110여 기에 이른다"며 "마한 세력의 한 집단이 50∼70년 동안 축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주, 영암의 마한 고분군과 무덤 양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무덤 안에서는 목 짧은 항아리, 아가리가 두 개인 항아리 등 토기와 둥근고리칼, 철도끼, 시신의 목에 걸었던 구슬류 등 유물 200여 점이 출토됐다.
정 실장은 "유물의 양상이 인근에 있는 해남 화산면 부길리 옹관묘, 현산면 분토리 고분군과 비슷하다"며 "철기를 매개로 대외 교류에 참여했던 마한 해상세력이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유적이 중국과 일본 역사서에 기록된 '침미다례'(침<沈에서 물수변 대신 마음심변>彌多禮)의 실체를 밝히는 단서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침미다례는 전남 남해안에 있었다고 전하는 마한의 집단 중 하나다.
정 실장은 "침미다례는 해남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고고학적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며 "여러 문헌을 종합해 보면 침미다례는 369년 백제 근초고왕의 정벌로 사라졌는데, 안호리·석호리 유적의 소멸 시기가 이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학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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