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로힝야 인종청소' 유엔 국제조사단 거부할 것"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인종청소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유엔이 구성한 국제조사단의 활동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얀마타임스가 31일 보도했다.
저 타이 미얀마 국가자문역실 사무총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 인종청소 조사에 관한) 유엔의 결의와 국제조사단 파견을 거부한다"며 "우리는 지난 3월부터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에 반대했으며 그 입장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 3월 미얀마 정부의 격렬한 반발 속에 로힝야족 인종청소 의혹을 규명할 국제조사단 구성을 표결로 정했다.
이어 전날 인도 출신의 변호사 겸 여성 인권운동가인 인디라 자이싱, 스리랑카 출신의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전 유엔 특별보고관, 호주 인권운동가 크리스토퍼 도미니크 등 3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얀마는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가동하고 있는 만큼 유엔 차원의 조사는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저 타이 사무총장은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인종청소 시도에 관한 조사를 비롯해 라카인주의 복잡한 문제에 관한 장기적인 해법을 강구하기 위해 제1부통령이 이끄는 자체 조사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며 "그뿐만 아니라 자문위원회가 제시한 다양한 해법 가운데 우리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권탄압 주장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제사회는 미얀마 정부의 노력에 도움이 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 취급을 받으면서 차별과 박해 속에 살아왔다.
특히 지난 2012년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불교도와 무슬림 간의 집단 폭력사건이 발생해 200여 명이 사망한 뒤로는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박해가 더욱 심해졌다.
이 사건 이후 로힝야족은 차별과 폭력을 피해 태국 등 인근 국가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는 '보트피플' 신세가 되기도 했고, 일부는 난민캠프에 수용돼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방글라데시와 접경한 라카인주 마웅토에서 로힝야족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경찰초소 습격사건으로 9명의 경찰관이 사망하자 미얀마군과 경찰은 대대적인 토벌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군인들이 로힝야족을 집단학살과 성폭행, 방화 등을 일삼으면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로 미얀마군의 군사작전 와중에 7만5천여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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