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차기 감독의 딜레마 '이번엔 내부자냐, 또 외부자냐'
(대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김성근 전 감독 퇴진 후 새로운 사령탑 물색에 나선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행보에 야구인과 팬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낸다.
새로이 한화 지휘봉을 잡을 인물이 한화 구단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지, 아니면 파격적인 외부인사가 될지가 핵심이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퇴진을 공식 발표한 23일부터 이상군 투수코치에게 감독 대행직을 맡기고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행 체제에서 한화는 4연패 후 3연승을 달리며 감독 교체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한화는 구단이 추구하는 육성 기조, '뉴 챌린지' 방향과 어울리는 인물에게 지휘봉을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지도자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야구단의 색깔도 바뀔 수밖에 없는 구조이나 한화가 내부자를 감독으로 앉힌 적이 거의 없어 더욱 주목을 받는다.
역대 10명의 한화 감독 중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은 2003∼2004년 팀을 이끈 유승안 전 감독뿐이다.
엄밀하게 따져 유 전 감독이 한화의 전신 빙그레에서 선수로 뛰긴 했으나 MBC 청룡, 해태 타이거스를 거친 경력을 볼 때 온전히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간 KBO리그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지도자들이 잇달아 한화 감독을 맡았으나 이 팀에서만큼은 한국시리즈 우승의 결실을 보지 못했다.
김영덕·이광환(이상 1회), 강병철·김인식(이상 2회), 김응용(10회), 김성근(3회) 등 한국시리즈에서 총 19차례나 우승을 맛본 감독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퇴장해 한화는 '명장의 무덤'이 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한화 레전드 출신 지도자에게 팀을 맡겨 장기적인 리빌딩에 나설 차례라는 의견과 이번에도 외부인을 선임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내부자 선임' 주장은 그간 거물급 지도자에게 팀을 맡겨도 뚜렷한 성적이 나오지 않았던 만큼 한화 선수들을 잘 알고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감독으로 기용해 결속력을 극대화하자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
팀 문화를 잘 아는 인사가 지휘봉을 잡아 구단을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은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롤 모델이다.
그러나 한용덕(두산 수석코치), 장종훈(롯데 타격코치) 등 차기 사령탑 물망에 오른 한화 레전드들이 현재 다른 팀 소속이라 시즌 중간에 데려올 수 없다는 난제가 있다.
또 "한화 레전드들끼리도 여러 파(派)로 갈렸다"던 한 야구인의 지적처럼 이들을 하나로 묶을만한 인물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현실도 존재한다.
이에 맞서 김인식 전 감독 이래 14시즌째 고수해 온 외부자 감독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쪽은 한화 구단의 거듭된 체질 개선을 강조한다.
'외부인' 박종훈 단장과 또 다른 외부인 출신 명망 있는 감독이 의기투합해 팀의 장기적인 운영 계획을 짜고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인식 전 감독 이래 14시즌째 서로 다른 감독 4명을 거치며 선수들이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드나든 사례를 볼 때 또 다른 외부인 감독 또는 명성에 기댄 파격적인 인사의 감독 선임은 팀 안정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화 구단의 한 관계자는 "구단 발전이라는 대원칙 아래 시간에 쫓기지 않고 차기 감독 후보를 신중하게 고를 것"이라면서 "구단 내부 인사 또는 외부인사 중 어느 쪽이 적합한 인물인지 차분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94경기나 남은 상황이고, 현재 9위로 처졌지만, 충분히 5강 다툼을 할 만한 전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적에 따라 한화 레전드 출신 임시 선장 이상군 감독 대행도 대행 꼬리표를 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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