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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최악의 독재자' 파나마 노리에가 사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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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최악의 독재자' 파나마 노리에가 사망(종합)

뇌수술 후유증…美정부·마약조직 양다리 걸친 폭군

1980년대 철권통치 후 25년간 폭정·부패·살인 죗값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남미 최악의 독재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파나마의 폭군 마누엘 안토니오 노리에가가 향년 83세로 사망했다.

30일(현지시간) AFP, AP, dpa통신 등에 따르면 파나마 정부 관계자는 노리에가가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병원에서 회복하던 중 전날 숨졌다고 밝혔다.

노리에가는 역사적으로 군사 독재자들이 즐비한 남미에서도 두드러지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1983년부터 1990년까지 파나마를 철권 통치했는데 잔인하고 추잡한 권력 획득 과정 때문에 악명이 높았다.

권좌에 오른 뒤에도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고 마약거래, 미국과의 은밀한 무기거래 등을 통해 권력을 통합, 유지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노리에가는 1989년 미국의 침공으로 권좌에서 축출된 뒤 이날 사망할 때까지 여생을 죗값을 치르며 살아왔다.

이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미국, 프랑스, 파나마의 감방에서 보낸 세월이 25년을 훌쩍 넘는다.




노리에가는 1934년 회계사와 그의 하녀 사이에서 혼외자식으로 태어나 파나마 시티에서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다.

페루 육군사관학교를 장학금을 받고 졸업한 노리에가는 파나마 군에 입대해 빠르게 진급해갔다.

노리에가는 오마르 토리호스 장군의 비밀경찰 수장이자 핵심 참모를 13년간 지냈다.

토리호스가 1968년 쿠데타에 성공하면서 노리에가도 군정보부사령관에 오르며 정치권력으로 향하는 길을 걷게 됐다.

그 기간 노리에가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돈을 받고 남미 좌파 세력의 정보를 수집해 전달하는 첩보원 역할을 했다.

토리호스는 1981년 6월 31일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이 사고는 노리에가가 꾸민 음모였다는 설이 있다.







토리호스의 죽음과 함께 노리에가는 대장으로 진급했고 사실상 파나마 정부의 수장에 등극했다.

노리에가는 1983년 군 최고사령관으로 진급해 7년 가까이 파나마를 통치했다.

파나마가 1984년 16년만에 대통령을 선출했음에도 노리에가는 그 위에 군림했다. 그 시기는 봉기와 진압, 정치적 반대세력 숙청으로 점철됐다.

노리에가는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정권을 이끌면서도 콜롬비아를 위해 코카인을 운반해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

특히 노리에가는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에서 불거진 이란-콘트라 사건 때 한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란-콘트라 사건은 미국 국가안보회의(NSC)가 레바논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려고 이란에 무기를 팔고 대금 일부를 니카라과의 우익반군 콘트라에 지원했다는 사건으로 갖은 불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노리에가는 자신이 지휘하던 전직 참모총장이 1987년 부정축재, 살인, 선거부정 등을 폭로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다.

파나마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노리에가는 계엄령을 발동하며 진압을 시도했다.

미국 정부는 한때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던 노리에가에 대한 지지를 결국 철회하고 1988년 그를 마약밀매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델바 파나마 대통령도 1988년 노리에가를 해임하면서 파나마 정국은 혼돈에 빠져들었다.

미군은 이듬해 파나마를 침공해 노리에가를 지지하는 군부를 타도했다.

노리에가는 파나마 주재 바티칸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다가 열흘 만에 항복해 국제사회 심판대에 올랐다.




미국으로 압송된 그는 마약거래, 돈세탁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마이애미 연방 교도소에서 2010년까지 17년간 복역했다.

미국 법정에서 유죄평결을 받은 해외 국가원수는 노리에가가 처음이었다.

그는 이후 프랑스로 인도돼 마약 카르텔의 자금을 세탁해 준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고 2011년 12월 파나마로 추방됐다.

파나마 법원은 궐석재판에서 살인, 횡령, 부패 등의 혐의로 그에게 징역 60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엘 레나세르 교도소에 수감됐다.

노리에가는 2015년 파나마 '텔레메트로 TV'에 출연해 "군부시대의 순환을 끝내기를 원한다"고 말했으나 대중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1월 양성 뇌종양 때문에 수술대에 오르게 되자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왔다.

지난 3월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산토 토마스 병원에서 종양을 제거한 뒤 출혈로 상태가 위중해지자 긴급 수술을 추가로 받았다.

수술 이후 집중치료 병동에 머물렀는데 이날 사망 때까지 그의 가족들은 병세에 대해 함구해왔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트위터에 "노리에가의 죽음으로 우리 역사의 한 장이 막을 내렸다"고 적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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