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 대표 "2025년 배터리 시장서 30% 점유율 회사로"
"화학에도 투자해 SK종합화학, 글로벌 10위 화학기업으로"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와 화학 분야를 지목하고 여기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사업구조와 수익구조를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아프리카 초원'의 경쟁 환경에 적합하도록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30일 서울 서린동 SK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딥 체인지 1.0으로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의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영 전쟁터를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기는 딥 체인지 2.0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알래스카는 전임 대표이사인 정철길 SK이노베이션 고문이 제시한 경영 화두로, 아주 잠깐의 호황 뒤 기나긴 침체기가 이어지는 정유업계의 경영 환경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딥 체인지란 경영 화두에 따라, 약육강식의 룰이 지배하지만 경쟁력만 있으면 생존하는 것은 물론 성장에 제약이 없는 아프리카 초원으로 전장을 옮기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딥 체인지는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성장 정체에 빠진 그룹과 계열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하며 내놓은 경영 화두다.
김준 사장은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화학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을 지속 성장이 가능한 구조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1차 딥 체인지를 통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해 1분기에는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여기에 2014년 말 8조원에 육박하던 순차입금은 1조원 미만으로 줄이는 등 성장을 위한 체력을 확보한 상태다.
김준 사장은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진보 등으로 인한 사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딥 체인지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딥 체인지의 큰 두 갈래 방향으로 ▲ 안 하던 것을 새롭게 잘하는 것 ▲ 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 중 안 하던 것이 바로 배터리와 화학이다. 성장 잠재력이 큰 이들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25GWh였으나 2020년엔 110GWh, 2025년에는 350∼1천GWh로 초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수주 현황 등을 반영해 생산량을 지난해 말 1.1GWh에서 2020년에는 10GWh로 늘리고,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또 2018년까지 1회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20년 초까지 7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기로 했다.
화학 사업의 경우 지금 같은 국내 생산 중심, 기초 화학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 내수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지 중심 생산능력 확보 ▲ 고부가 분야인 포장재(Packaging)와 자동차용 화학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M&A(인수합병)도 과감하게, 지속적으로 할 방침이다. 이미 고부가가치 패키징 분야 시장 확보를 위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EAA(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런 전략으로 SK종합화학을 글로벌 10위권 화학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전통적 사업 분야인 석유와 윤활유, 석유개발 사업은 글로벌 파트너링 확대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추가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딥 체인지를 추진키로 했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딥 체인지는 에너지·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플러스 알파(+α)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재의 딥 체인지도 새로운 딥 체인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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