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민·野에 양해 구하며 '5대 인선원칙' 재확인
"인수위 없어 원칙 구체화 못해"…정공법으로 난맥상 타개 의지
'국민 눈높이' 기준 제시하며 "원칙 훼손 없을 것" 자신감 피력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고위공직자 인선과 관련한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선 당시 천명했던 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위장 전입·세금 탈루·논문 표절 등 고위공직자 배제 5대 인선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며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며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공약을 구체화하는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의 논란은 그런 준비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5대 원칙을 재천명하면서 국민과 야당에 양해를 구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언급한 것은 논란이 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에 대한 위장전입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양해가 가능한 사안이라는 인식을 드러내면서 향후 구체안 마련을 통해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야권의 직접 입장 표명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측면에서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에 파란불이 켜짐과 동시에 내각 인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논란의 이유로 '인수위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꼽았다.
정상적인 대선 과정을 거쳤다면 두 달이 넘는 인수위 기간에 스스로 천명했던 인사 배제 5대 원칙을 구현할 구체적인 안을 마련했겠지만,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대선 다음 날 곧바로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는 등 주요 인선이 시급성을 띠다 보니 그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못해 예기치 못한 논란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제가 당선 첫날 총리 지명을 했는데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인사 탕평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런데 지명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지명하고자 했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됐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사과와 유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국민과 야당에 "양해를 당부"한 것은 이번 논란 사안이 비록 법 위반을 한 것이긴 하지만 스스로 언급했던 '악성' 위장전입의 의미와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번 사안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인준되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다는 점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에 나서야 할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인사원칙을 구체화해 5대 원칙을 더욱 철저히 지켜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안 마련이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후퇴시키겠다는 게 아니다"며 "공약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밟아야 할 준비과정"이라고 했다.
또 "그때그때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국민 양해 요청이 자칫 인사원칙 후퇴로 비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안 마련과 관련해 "앞으로의 인사를 위해 국민의 자문과 인사수석실, 민정수석실의 협의를 통해 현실성 있게 국민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인 인선 기준의 바로미터가 '국민 눈높이'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겠다"던 평소 소신의 연장선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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