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테러로 총선서 '안보이슈' 부각…보수당 압승 전망 불투명
테러 차단하지 못한 여당 책임론 제기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영국 맨체스터 테러 사건으로 총선 이슈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 '안보'로 이동하면서 내달 8일로 예정된 영국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보수당의 압도적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A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2명의 사망자를 낸 자살폭탄 테러로 '안보결집효과'(Rally around the flag effect)가 발생하면서 여당의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반대되는 움직임으로,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자살폭탄 테러범 살만 아베디가 정보당국의 레이더망 밖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테러를 사전 차단하지 못한 여당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야당인 노동당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내무부 장관 시절인 2010~2016년 경찰 인력을 2만명 가량 감축한 것이 이번 사건을 촉발했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지난 26일 연설에서 "다른 국가에서 영국 정부가 후원하거나 직접 참여해 벌인 전쟁이 국내의 테러 사건과 관련됐다는 것이 정보보안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테러 여파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테러 이전 경쟁 관계인 노동당에 비해 20%포인트까지 앞섰던 보수당의 지지율은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상황이다.
전날 영국 여론조사기관인 ORB의 조사에 따르면 테러 직후인 지난 24~25일 집계한 보수당 지지율은 44%로, 노동당(38%)과의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조기 총리로 승부수를 띄우려 한 보수당 내부에선 '흔들림이 감지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또 맨체스터 테러와 별개로 '여우 사냥 금지 법안' 폐지를 의회 표결에 부치겠다는 메이 총리의 발언은 보수당이 '부유층의 당'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며 반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최근 발표한 노인복지 개혁 공약은 부동산을 소유한 치매 환자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보수당의 주요 지지층인 노년층으로부터 반발을 산 것도 보수당의 총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반대로 코빈 노동당 대표는 국가보건서비스(NHS)와 교육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포함해 유권자의 환심을 살 행보로 대조적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노팅엄대학의 정치사학과 교수인 스티븐 필딩은 "메이 총리가 내세웠던 '강하고 안정적인 정부'가 오히려 짊어져야 할 짐이 되고 말았다'면서 "사람들은 노동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여전히 보수당의 승리를 점쳤다.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의 앤드루 론슬리 칼럼니스트는 "메이 총리가 여전히 승리 가도에 있으나 조기 총선을 선언할 때 기대한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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