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프로 5명이 머리 맞대도…알파고가 더 강했다(종합)
페어바둑은 롄샤오팀이 구리팀에 역전승
(우전<중국 저장성>·서울=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최인영 기자 = 중국 바둑 '드림팀'도 알파고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는 26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상담기에서 중국대표팀에 25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중국팀은 스웨 9단, 천야오예 9단, 미위팅 9단, 탕웨이싱 9단, 저우루이양 9단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모두 세계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정상급 실력자들이다.
여러명이 연구해서 수를 정하는 상담기는 인간이 알파고를 이길 가능성이 있는 대국 방식으로 여겨졌다.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고, 긴장감과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관건은 팀워크와 조화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
이날 중국팀은 5명이 최적의 수를 토의한 뒤 저우루이양 9단이 대표로 착수하는 방식으로 대국에 나섰다.
알파고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기사로 알려진 저우루이양 9단은 이날 중국팀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알파고의 착수 대리인은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박사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3회씩이다.
백을 잡은 알파고는 초반 잘 싸워나가던 중국팀을 백 58에 이은 백 60수라는 강수로 중국팀을 큰 고민에 빠트렸다.
김성용 9단은 "알파고는 백 58으로 상변 백 한 점을 버리는 척하면서 60으로 타개의 흐름을 찾았다"며 "이때 중국팀이 대응한 흑 59가 백 60으로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됐다. 남의 손을 빌려 내 돌을 살린 셈"이라고 놀라워했다.
제한시간을 다 쓰고 초읽기에 쫓긴 중국팀은 다소 긴장감이 풀어진 모습으로 착수자를 탕웨이싱 9단으로 교체, 끝내기에 집중했으나 알파고의 깔끔한 마무리에 빈틈을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 돌을 던졌다.
앞서 열린 페어바둑에서는 '롄샤오 8단+알파고' 팀이 '구리 9단+알파고' 팀에 22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2인 1조 페어바둑은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돌을 두며 상대편과 싸우는 형식의 바둑이다.
이번 페어바둑은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수를 놓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구리팀이 흑돌, 롄샤오팀이 백돌을 집었고,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씩이다.
순번은 구리→롄샤오→구리팀 알파고→롄샤오팀 알파고 순으로 돌았다.
페어바둑은 팀원간 호흡, 파트너가 두는 수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중반까지는 구리팀의 호흡이 잘 맞았다.
반면 롄샤오 8단은 이따금 알파고의 특이한 수에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한국기원에서 중계로 대국을 지켜본 안성준 7단은 "초반에 흑(구리팀)이 잘 풀려서 흑이 주도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흐름은 역전됐다.
알파고와 롄샤오 8단이 좌변 흑진을 파괴하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불리해진 구리팀은 결국 돌을 던지며 항복했다.
일 대 일 대국에서는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알파고가 페어대국에서는 파트너 공조에 따라 역전이 일어날 수 있었다.
알파고는 구글의 인공지능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이다.
알파고는 지난 23일부터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과 일 대 일 3번기를 펼치면서 전날까지 2승을 따놓았다.
지난해에는 이세돌 9단과 5번기를 펼쳤던 알파고가 페어바둑과 상담기에 공식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파고의 창의력을 테스트하고 알파고가 다양한 바둑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살펴보는 게 이번 이벤트 대국을 마련한 딥마인드 측의 의도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