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서미경 식당', 공정위의 제재대상 될까
10년 넘게 신격호 셋째부인에 '퍼주기'…계약기간 끝났는데도 '버티기 영업'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자신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8) 씨의 윤택한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롯데백화점 내에 마련해준 이른바 '서미경 식당'들이 김상조호(號)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대상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재벌 총수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침을 표명한 바 있다.
27일 롯데에 따르면 서 씨가 실소유주인 유한회사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 6곳은 올해 초 계약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4개월 넘게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 부산본점 등에서 '버티기 영업' 중이다.
냉면전문점 유원정과 커피전문점 마가레트, 비빔밥전문점 유경, 우동전문점 향리 등이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유기개발은 1981년 8월 설립될 당시에는 서 씨의 친오빠인 서진석(60) 씨가 대표이사였으나 2015년 9월부터는 전문경영인인 황철선(57)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서 씨 본인과 그가 신 총괄회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외동딸 유미(34) 씨는 이 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으나 이들 모녀가 회사의 실소유주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기개발은 주로 롯데백화점 식당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요식업 전문기업이지만 법인 등기부등본상으로는 ▲ 부동산 임대 매매 및 분양업 ▲ 실내장식업 ▲ 슈퍼마켓 운영 및 관리업 ▲ 유가증권 매매, 투자, 컨설팅업 ▲ 관광, 레저, 스포츠업 ▲ 의류도·소매업 ▲ 외식업 등을 한다고 소개돼 있다.
2015년 매출은 약 125억원, 순이익은 약 11억원이었다.
이 회사가 이미 10년 이상 롯데백화점에서 식당 영업을 해온 점을 감안할 때 롯데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서 씨에게 안겨준 금전적 이익은 100억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서 씨가 실소유주인 유기개발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롯데그룹의 위장계열사이자 '재벌가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던 곳이기도 하다.
경제개혁연대는 김상조 후보자가 2006년 8월부터 소장으로 재직했던 시민단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개혁연대 등의 지적을 받아들여 유기개발과 유원실업, 유니플렉스, 유기인터내셔널 등 서 씨 모녀가 실소유주인 4개 회사를 롯데의 위장계열사로 규정하고 이런 사실을 숨긴 신 총괄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거쳐 사실상 롯데그룹의 후계자 지위를 굳힌 신동빈 회장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으나 '서미경 식당' 문제는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계약 기간이 만료됐으니 나가달라는 공문을 여러 차례 유기개발 측에 보냈으나 유기개발은 버티기로 일관하며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들과의 계약 기간이 이미 만료돼 나가달라는 공문을 4차례나 보냈지만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원만히 해결하길 원하지만 계속 버티면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 안팎에서는 서 씨가 신 총괄회장이 끔찍이 아끼는 사실상의 '셋째 부인'인 데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롯데홀딩스의 개인 최대 주주이기도 해 이들 식당을 함부로 퇴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 씨와 딸 유미 씨는 각 개인 지분과 모녀 소유회사(경유물산) 지분을 더해 6.8%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분은 당초 신 총괄회장의 것이었으나, 신 총괄회장이 1997년 이후 양도 및 편법 상속 등을 통해 서 씨 모녀에게 넘긴 것으로 지난해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6.8%에 달하는 서 씨 모녀 지분은 신 총괄회장(0.4%)뿐 아니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1.6%), 신동빈 회장(1.4%)보다도 많다.
이 때문에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신동빈 회장이 서 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이들 식당을 퇴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으로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트'를 쥔 서 씨의 직·간접적 지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최근에도 롯데 지주회사 전환에 이의를 제기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는 등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주회사 지분 등의 역학구도를 고려할 때 신 회장이 서 씨 모녀에게 함부로 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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