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박열' 모습 보여주려 촬영 내내 굶었다"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이준익 감독 "日제국주의 심장부 뒤흔든 청년, 잊혀선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영화 '박열'의 주인공 이제훈은 25일 "감옥에서 단식 투쟁을 벌였던 박열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촬영 내내 굶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이날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박열' 제작보고회에서 "영화 '박열'은 내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부분 가발과 수염을 붙이고 촬영했는데, 이런 분장을 한 채 밥을 먹으면 수염이 떨어져서 촬영이 지연된다"며 "또 감옥에서 단식 투쟁하는 박열의 말라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맛있는 밥차를 두고 군침을 흘리면서 촬영에 임했다"며 웃었다.
이제훈은 박열이 일본 경찰에게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도 '가짜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고집으로 곤봉세례를 자처해 촬영이 끝난 후에는 실신 상태에 이르렀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외형적인 부분뿐 아니라 박열이라는 인물의 신념과 사상을 체화해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료와 책을 많이 찾아봤다"며 "과연 나는 세상과 역사 앞에서 그만큼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동안 현실에 안주하고 비겁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의 열두 번째 영화인 '박열'은 간토 대학살이 벌어졌던 1923년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동주'에 이어 1년 만에 작품을 선보이는 이준익 감독은 "20년 전 영화 '아나키스트'의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알게 됐다. '박열'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며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박열'은 일본 본토에 들어가서 참혹한 역사를 묻으려는 일본 내각을 추궁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를 뒤흔들었던 인물"이라며 "스물두 살 청년의 기개와 용기와 세상을 정면으로 뚫어보는 시선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 시대, 그 상황을 돌파했던 젊은이를 우리가 잊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근대사의 실존인물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철저한 고증을 위해 아사히 신문사를 비롯한 주요 신문사들에 박열과 후미코의 재판을 다룬 기사를 모두 요청해 검토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영화 속 모든 이야기는 당시 박열의 활약이 담긴 신문과 기록물들을 통해 고증된 명백한 사실"이라며 "실존인물이기 때문에 오락적 재미를 더하기보다는 그들의 삶의 가치관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열의 동지이자 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 역은 이 감독의 전작 '동주'에 일본인 쿠미 역으로 출연했던 신예 최희서가 맡았다.
최희서는 "가네코 후미코는 여태까지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강인하고 진취적인 여성"이라며 "요즘 젊은이들이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살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오는 6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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