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美, 더는 못 믿겠다"…정보교환 규정 변경
트럼프 기밀유출 파문, IS 내부 비밀정보원 정체 탄로 위기
정보 당국자들 '찹쌀 궁합' 공조체제 균열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그동안 긴밀했던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기관 간의 협력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때문에 균열이 발생했다.
트럼프가 이스라엘로부터 받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 러시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출한 것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미국과의 정보교환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라디오 회견 내용을 인용, 이스라엘이 대미(對美) 정보교환규정을 수정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버만 장관은 국방부가 운영하는 '국군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이스라엘이 "그동안 미국과 유례없은 정보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면서 그러나 이 사건 이후 " 미국측과 명확히 해야할 사항등을 점검했다. 일부 규정을 손봤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모든 것을 언론에 밝힐 필요가 없으며, 일부는 밀실에서 논의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수정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트럼프가 유출한 기밀은 IS가 폭탄을 설치한 랩탑을 비행기에 실어 공중폭발시킬 것이라는 위협관련 정보로 이스라엘이 IS 내에 심어둔 고위급 비밀정보원으로부터 확보한 후 정보교환 규정에 따라 미국에 제공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나 이 정보를 이스라엘의 사전 승인 없이 러시아와 공유하기로 해 국내외의 비난을 증폭시켰다. 트럼프와 러시아 고위 외교관들과의 면담 내용에 밝은 미정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미국이 우방과 공유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러시아 측에 유출했다"며, 심지어 트럼프가 "굉장한 정보"라며 우쭐댔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들은 트럼프의 이런 기밀 유출 때문에 중요한 정보원을 위험에 빠뜨릴 위험성이 크다며 미 측에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문에 거세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나는 공개된 백악관 회의에서 러시아와 테러 및 항공기 비행 안전 등과 관련한 '팩트'를 공유하길 원했다. 나는 그런 절대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러시아가 IS 및 테러리즘에 맞서 크게 싸우길 바란다"고 말해 자신의 행위를 항변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2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 고위 외교관들과의 면담에서 "이스라엘을 결코 언급한 적이 없으므로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는 "미국과의 정보 협력은 훌륭한 것으로 지금이 최상의 상태"라고 트럼프의 기분을 맞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가 자기변호 과정에서 러시아와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기밀 정보의 출처가 이스라엘이라는 사실을 실수로 인정한 꼴이 됐다고 설명했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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