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테러 IS배후설 '탄력'…범인동생 자백·연계정황 속출
"형은 IS 조직원"…영국내 IS 모집책과 친분도 포착
"무슬림 차별·열악한 생활에 보복하려고 극단주의 가세한듯"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폭테러범 살만 아베디(22)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됐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리비아 대터러당국인 특별테러방지부대는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공개한 성명에서 아베디의 남동생인 하심 아베디가 수사관들에게 형과 자신이 IS에 속해 있었다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트리폴리에 거주하고 있는 하심은 지난 23일 밤 현지 대테러 당국 관리들에 체포됐다.
그는 "형이 테러 공격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었다"며 아베디가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를 사전에 알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심이 살만으로부터 송금받은 4천500 리비아 디나르(약 360만원)를 찾다가 지난 23일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WSJ는 리비아 당국이 어떻게 자백을 받아냈는지와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리바아 당국이 때로 테러 수사에 가혹한 기법을 동원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도 IS 조직 내부문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아베디가 영국에서 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IS 모집책 중 하나인 라파엘 호스테이와 친분이 있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디와 호스테이는 맨체스터의 같은 지역에서 어울렸고, 인근 디스버리 모스크(이슬람 사원)에도 함께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뉴스는 영국 내에서만 수백 명의 IS 조직원들을 모집한 호스테이의 이력을 고려할 때 아베디가 호스테이의 영향으로 급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호스테이가 가입을 지원했던 맨체스터의 IS 조직원들은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수감됐거나 자폭테러로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IS 시리아 지부에 합류한 호스테이는 작년 연합군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온라인상을 통해 최소 22명이 숨진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바 있다.
영국 경찰은 아베디가 최근 리비아에 다녀온 사실을 확인했다. IS는 리비아 시르테를 북아프리카 거점으로 삼았다가 최근 패퇴해 물러났다.
WSJ는 IS가 리비아를 해외 테러를 저지르기 위한 조직원 훈련장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라르 콜롱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아베디가 IS가 수도로 삼는 시리아에 다녀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베디가 극단주의 폭력의 길로 들어선 계기를 두고도 여러 사정을 전해지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무슬림에 대한 열악한 처우에 분노해 테러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그 가운데 하나다.
WSJ에 따르면 여동생 조마나 아베디는 오빠가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며 그가 무슬림에 가해진 부당한 처사들에 분노를 느끼고 테러를 저질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빠가 세계 곳곳에서 무슬림 아이들이 죽어가는 걸 봤고, 그래서 복수를 원했다고 생각한다"며 "오빠는 미군이 시리아 아이들에게 폭탄을 투하하는 것을 보고 복수를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아베디가 영국에서 살해당한 리비아 친구의 복수를 위해 테러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리비아 이민자였던 압둘 와하브 하피다는 지난 2016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차에 치인 후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이에 하피다의 친구였던 아베디는 이를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로 보고 매우 분노했다는 것이 지인들의 증언이다.
아베디 가족의 한 친구는 "아베디가 하피다의 장례식에서 복수를 다짐한 것을 기억한다"고 전했다.
최소 22명을 숨진 멘체스터 공연장 참사를 저지른 아베디는 1995년 맨체스터에서 리비아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22세의 독실한 이슬람교도 대학생이었다.
아베디는 네 명의 형제 가운데 둘째로, 그와 한 살 터울의 형 이스마일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2011년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자 리비아로 돌아갔다.
영국 정보기관은 아베디의 존재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크게 위험하지 않은 '주변부 인물'로 보다가 참변을 막지 못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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