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시선 잡은 니콜 키드먼…"여성감독 더 늘어나야"
경쟁 부문 진출작 '매혹당한 사람들' 공식 기자회견
(칸<프랑스>=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역시 '칸의 여왕'이었다.
무려 4편의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를 찾은 니콜 키드먼이 24일(현지시간) 칸의 눈길을 다시 한 번 사로잡았다.
니콜 키드먼은 이날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회견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150여 명의 기자가 몰려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매혹당한 사람들'은 1864년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버지니아주의 기숙 여학교에 북부군 장교 존(콜린 패럴 분)이 다친 몸으로 찾아들면서 펼쳐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여성감독인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을 맡았고 커스틴 던스트, 엘르 패닝 등 콜린 패럴을 제외하면 모두 여배우들이 출연한다.
여학교 교장 역을 맡아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니콜 키드먼은 자신의 배역에 대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이끄는 역"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그들이 유능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콜 키드먼은 이날 작심한 듯 할리우드에서 여성감독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주요 영화들을 감독한 여성 비율은 4.2%에 불과하다"면서 "여성으로서 우리는 여성감독들을 지지해야 한다. 모두들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통계를 보라"고 말했다.
니콜 키드먼은 해외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할리우드에서 여성감독의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18개월마다 한 번씩 여성 감독과 작업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콜 키드먼은 칸영화제 70주년 기념 초청작인 제인 캠피온 감독의 TV 드라마 '탑 오브 더 레이크'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또 경쟁 부문에 오른 '더 킬링 오브 어 새크리드 디어'(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비경쟁부문 초청작 '하우 투 토크 투 걸즈 앳 파티'에도 출연했다.
이날 공개된 '매혹당한 사람들'은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197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이미 제작된 바 있다.
'대부', '지옥의 묵시록'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로도 유명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1971년 작은 남성의 시선, 군인의 시선으로 전개됐지만, 이번 영화는 여성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여학생 6명과 여교사 2명이 있는 여자들만의 공간에 유일한 남성이 등장하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음습하면서도 코믹하게 보여준다. 교사나 학생 모두 외모에 더 신경을 쓰는가 하면, 존을 유혹하기 위해 서로 신경전을 펼친다. 한 남자를 계기로 억눌려있던 욕망과 질투가 폭발하면서 이들의 평화롭던 삶에도 균열이 생긴다. 그러나 뜻하지 않는 위험이 닥치자 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서로 똘똘 뭉친다.
영화 상영 이후에는 "주목해야 할 영화", "누아르와 코미디의 섬세한 감동을 지닌 드라마"라는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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