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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수표 찾아준 우영춘씨 "정직하면 행복할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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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수표 찾아준 우영춘씨 "정직하면 행복할거라 믿어요"

월급 85만원 기초수급자 "내 돈 아니다" 보상금도 거부

두 딸과 30만원 월세 살이…"사는게 힘들어도 감사하다"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정직하게 산다면 행복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길을 가다 주운 '1억 수표'를 곧장 경찰 지구대에 가져가 주인을 찾아준 미담의 주인공 우영춘(53)씨는 2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씨는 지난 10일 오후 경기 부천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앞에서 1억1천500만원 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주워 주인을 찾아준 선행으로 최근 경찰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그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운데 하나인 조건부 수급자다.

조건부 수급자는 수급자의 자립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정부의 '자활 사업' 등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넉넉지 않은 형편인 우씨는 가슴속에 새긴 '정직'이란 단어를 단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과거 지갑이나 돈을 주웠을 때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곧바로 경찰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줬다.

더욱이 이번에 우씨는 1억원이 넘는 수표를 서슴없이 돌려주면서 법적으로 보장된 보상금 마저 거부했다. 오히려 돈을 잃어버린 사람을 걱정할 뿐이었다.

우씨는 "내 것이 아닌 돈을 가질 수는 없다"며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짧은 시간이나마 얼마나 가슴 졸였겠나. 보상금을 준다는데, 그 돈을 벌려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정직하기로는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우씨지만, 그의 일과를 보면 부나 명예, 삶의 수준이 정직한 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우씨는 국가에서 제공한 일자리인 '나눔 행복 택배'에서 근무한다.

부천 시내 아파트 단지를 구역별로 맡아 하루 수십 건의 택배 물량을 처리하는 일이다.

주 5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빠짐없이 출근하는데, '1억 수표'에도 욕심부리지 않은 그의 한 달 월급은 85만원 수준이다.

1년 내내 단 하루도 허투루 일한 적 없는 우씨가 받는 월급이라고 하기에는 크지 않은 금액이다.

여기에 생계·주거 급여를 월 40만∼50만원씩 받아 한 달에 130만∼140만원을 손에 쥔다.

그런 우씨에게 딸린 가족은 지적장애 2급을 앓는 고등학교 2학년 딸과 초등학교 3학년 딸 둘이나 된다.

집을 나간 아내와는 헤어진 지 이미 오래로, 현재 세 식구가 월세 30만원짜리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다.

장애를 가진 딸을 홀로 키우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우씨는 불평·불만은커녕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씨는 "사는 게 힘들긴 해도 일을 해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지자체에서 주는 급여도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오히려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두 딸이 점심은 학교에서, 저녁은 지역아동센터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며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삶을 정직하게 산다면 행복이 찾아올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우씨는 이날도 계속 근무 중이어서 전화를 받지 않거나 통화가 돼도 "일해야 한다"며 금방 전화를 끊어 인터뷰는 여러 차례의 통화 끝에 어렵사리 이뤄졌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세상에는 더 착한 일을 하는 사람, 정직한 사람이 많아요"며 "더 큰 선행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주세요"

"언론에 알려지기 부끄럽다"며 한사코 자신의 선행을 내세우기 꺼리던 우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당부했다.

k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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