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에 딱 가린 선박안내등…크루즈 안전운항 위협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북항에 들어설 고층건물이 선박 항로를 안내하는 도등(導燈)을 가릴 수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형 크루즈 등 선박의 운항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층건물이 완공되는 2021년 이전에 선박이 도등 불빛을 볼 수 있도록 건물 높이를 낮추거나 도등 높이를 높여야 할 것으로 보여 건설사와 관련 기관 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발단은 2008년 부산 북항 앞바다를 매립해 개발하는 북항 재개발 사업 구역과 도시관리계획이 고시되면서부터다.
24일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당시 국토해양부와 부산항만공사는 북항 재개발 구역 중 D-1블록에서 최대 높이 200m까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설정했다.
5년 뒤인 2013년에 부산지방해양수산청(해수청)은 북항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하는 대형 크루즈선에 불빛을 비춰 안전한 항로를 안내하는 도등 2개를 수정산과 엄광산 꼭대기에 각각 설치했다.
협성종합건업(협성)은 지난해 8월 북항 재개발구역 D-1블록에 높이 60층(199m) 규모의 레지던스 2동을 짓게 해달라고 부산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해 올해 1월 허가를 받았다.
협성의 고층건물 2동 가운데 1동 상층부가 도등 불빛을 가려 선박 안전 운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해수청은 건축허가 1주일 전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부산시는 건축허가를 승인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수청이 너무 늦게 의견을 제시하는 바람에 민원인의 불편이나 행정력 낭비가 우려돼 예정대로 건축 허가를 승인했다"며 "해수청의 뒤늦은 대응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협성은 건축허가 후 지난 3월부터 레지던스 분양과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해수청은 고층건물이 도등 불빛을 가리는 문제를 해결하자고 그동안 협성에 3차례 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에 협성 측은 "북항 재개발 사업계획에 따라 높이 200m의 고층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도등을 현재 위치에 설치한 것은 잘못"이라며 "건물 높이를 낮추라든지 재산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해수청에 보낸 상황이다.
해수청 관계자는 "부산시의 건축허가 검토 시 선박 안전운항 관련 협의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서 뒤늦게 문제를 알게 됐다"며 "하지만 부산시가 건축허가 전에 해수청이 제기한 사전협의를 거부하고 허가를 내준 것은 위법한 집행"이라고 반박했다.
해수청은 협성 레지던스가 완공되는 2021년 이전까지 항로표지법에 따라 선박 안전운항을 담보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해 협성 측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 해결을 위해 크루즈선이 협성의 레지던스 건물 위로 도등 불빛을 볼 수 있도록 도등을 더 높이든지, 레지던스 높이를 60층에서 20여 층 낮추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비용 문제나 재산권 침해 논란 등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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