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경쟁작 절반공개 '중반전'…맨체스터 테러로 경계↑
뚜렷한 화제작 없어…칸 필름마켓서 한국영화 '순항'
(칸<프랑스>=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23일(현지시간)로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17일 개막해 28일까지 열리는 올해 칸영화제는 어느 해보다 삼엄한 테러 경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전날 밤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경계는 더욱 강화된 분위기다.
70주년 불꽃놀이 행사가 취소되는 등 축제 분위기도 한층 가라앉았다.
◇칸영화제 "무한한 슬픔…1분 묵념 제안"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맨체스터 테러에 공포와 분노, 무한한 슬픔을 표시한다"며 "이번 테러는 영화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와 젊음, 즐거움, 자유, 관용 등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집행위는 이어 오후 3시 테러 희생자들과 유족, 영국 국민을 위해 1분간 묵념을 제안했다.
외신에 따르면 집행위는 이날 저녁 칸영화제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했던 불꽃놀이 행사도 열지 않기로 했다.
픽사도 애도 분위기에 동참해 애니메이션 '카3'의 포토콜 행사와 리셉션을 취소했다.
칸영화제 주변의 경계는 더욱 강화됐다. 영화제 사무국과 공식 상영관, 프레스센터 등이 있는 영화제의 메인 건물 팔레 드 페스티발 안으로 들어가려면 가방 검사와 몸 스캔 등 두세 번의 보안검색을 거쳐야 한다.
이날 보안 요원들은 가방 속 소지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등 전날보다 더욱 꼼꼼하게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완전무장한 군인들과 경찰들도 주요 행사장 곳곳에 배치됐다.
예년보다 보안 검색이 강화되면서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영화 '리다우터블'의 언론 시사를 앞둔 드뷔시극장 안에서 의문의 가방이 발견돼 극장 앞에 모여있던 기자들을 즉각 대피시키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1일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 언론 시사회 때는 상영 시간 5분 전까지 입장을 시키지 않아 한 시간 이상 줄을 서 있던 기자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올해 칸영화제의 전체 방문객 수는 예년보다 줄어들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마다 칸영화제를 찾은 한 영화 관계자는 "예년보다 극장이나 식당, 거리가 덜 붐비는 것 같다"면서 "유럽의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테러 위험 등 때문에 방문객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 중반까지 화제작 없어…세대교체? 평준화?
올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총 19편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된 작품은 11편이다. 쟁쟁한 거장들이 대거 찾았던 지난해와 달리 상대적으로 젊은 감독들의 작품이 주로 초청된 올해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 영화 '토니 에드만' 등이 상영 후 큰 화제가 됐었다.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의 평점을 보면 현재까지 러시아 안드레이 즈뱌긴체브 감독의 '러브리스'가 평점 3.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영화는 이혼을 앞둔 부부가 사라진 12살 아들을 찾는 내용의 가족드라마다.
미국 토드 헤인즈의 '원더스트럭'과 스웨덴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는 두 번째로 높은 점수인 각각 2.7점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2.3점으로 11편 가운데 중간 수준이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거장 미하엘 하네케의 신작 '해피엔드'는 2.2점을 받았다.
전날 공식 상영된 홍상수 감독의 '그 후'의 스크린데일리 평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프랑스 영화전문지 르 필름 프랑세즈가 집계한 평점은 2.1점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10개 매체가 참여해 1∼3점(4점 만점)까지 고른 점수를 줬다.
칸 현지를 찾은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평준화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칸 필름마켓서 한국영화 '인기'…'한국영화의 밤'도 성황
팔레 드 페스티발 지하에는 영화를 사고파는 필름마켓도 함께 열린다. 콘텐츠판다, CJ엔터테인먼트, 화인컷 등 한국의 배급사 부스에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한당'의 해외 판매를 진행 중인 CJ엔터테인먼트 해외사업본부 최윤희 팀장은 "'불한당'은 아직 공식 상영 전인데도, 매우 높은 가격으로 판매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불한당'은 24일 밤 공식 상영된다.
해외 바이어들은 '군함도'에도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군함도(하시마섬)에 강제징용된 뒤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 400여 명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가 출연한다. 최 팀장은 "아시아 바이어들은 주연배우에, 서양 바이어들은 전쟁 이야기라는 점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 등을 해외 판매하는 화인컷의 김윤정 해외배급팀 이사는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가 칸 현지에서 공개된 이후 바이어들의 문의가 늘었다"면서 "30분 단위로 미팅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칸 현지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도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호 부산영화제 이사장,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박찬욱·봉준호 감독과 배우 변희봉·김서형·김옥빈·성준·안서현 등 수백 명의 영화인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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