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알파고는 '바둑의 신'에 가까워…약점 안 보여"(종합)
"대담하고 자유롭게 기존 바둑 혁신"…허사비스 "승부의 차는 작았다"
(우전<중국 저장성>=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첫 대국을 치른 중국 바둑기사 커제(柯潔) 9단은 "현재로썬 알파고의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바둑의 신'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커제 9단은 이날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알파고에 한집 반으로 패한 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기자회견에서 "졌지만, 화는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https://youtu.be/ZJLWJDrliPI]
커 9단은 "알파고를 작년 (이세돌 9단과 대국했을 때)과 비교하자면 당시 알파고의 바둑은 인간의 것에 가까웠으나 지금은 갈수록 '바둑의 신'에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총평했다.
그는 "알파고는 사실 이미 우리에게 수많은 화려한 실전을 보여줬다. 약점은 현재로썬 찾아낸 게 없다. 이전에 나 역시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알파고의 바둑에 대한 이해나 판단력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파고의 버그(결함)를 찾아내 이기려고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커 9단은 이날 대국을 복기하며 자신의 포석과 수를 설명했다. 그는 "첫 포석은 응전 태세를 갖추고 연구해나가면서 알파고를 겨냥한 수를 놨다"고 말했다.
이날 흑돌을 잡은 커제 9단은 우상귀 소목에 첫 돌을 놓았고 알파고가 우하귀 화점에 착수하자 좌상귀 3·3에 착수했다.
커 9단은 "이 모든 수는 알파고가 좋아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뜻밖에 알파고의 대응은 너무 좋았고 많은 수가 이전에 모두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특히 백 50수는 나를 정말 놀라게 했다. 그 후 알파고 형세가 두텁게 변했고 팻감도 늘어나면서 일석이조가 됐다. 정말 놀랍다. 졌지만, 화는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는 확실히 뛰어났다. 많은 곳에서 모두 내가 배워나가고 깊이 연구해야 할 대목이 있었다. 그가 바둑에 대해 가진 사상과 이념은 인간이 바둑에 대해 처음 갖고 있던 생각을 바꿔놓았다. 어떤 바둑도 이처럼 대담하게 혁신해나가고 자신의 기존 사유를 개척해 나가며 자유롭게 두지 못할 것 같다"고 거듭 알파고에 찬사를 던졌다.
커 9단은 또 "오늘 대국에서 인상을 받은 것 중 하나가 알파고가 초반 3·3수를 포함해 지나치게 실리에 연연해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도 줄곧 실리를 먼저 취하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선로후세(先撈后洗) 전술을 썼지만, 귀퉁이 부분에서 알파고에 실지를 잃으면서 전술을 격파당하고 그 보조에 말려들고 말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영원한 믿음이 있다. 앞으로 남은 2판의 대국은 내가 앞으로 얻기 어려운 기회일 것이다. 전력을 다해 소중한 기회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https://youtu.be/689I1tQQJwc]
허사비스 CEO는 "오늘 시합은 매우 훌륭했다. 승부 차이는 매우 작았다. 바둑기사들이 모두 마스터의 바둑에서 배워 약점을 찾아내길 바랐다. 알파고는 오늘 매우 아름다운 수를 썼다. 알파고가 한계를 노출할지 다음 승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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