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의 이별…김성근 감독, 영욕의 지도자 인생
'야신'이란 찬사와 '혹사'비난 사이…KBO리그 '논란의 흥행카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성근(75) 감독이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벗었다. 그의 야구인생에서 12번째 이별이다.
그는 한화를 이끌 때도 "내 마지막 유니폼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이끈 마지막 구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리는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방문 경기를 이상군 투수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다.
한화 구단은 이날 "김성근 감독이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김성근 감독의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는 프로야구 7개 구단에서 2천651경기를 지휘해 1천388승 60무 1천203패를 기록했다. 경기 수와 승리 부문 KBO리그 역대 사령탑 2위다. 두 부문 1위는 김응용(2천910경기, 1천554승 68무 1천288패)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다.
김성근 감독은 내심 '김응용 감독 기록 돌파'를 꿈꿨다. 하지만 그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2014년 11월 김성근 감독은 한화 팬의 환호와 프로야구팬들의 깊은 관심 속에 한화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초대 감독이었던 김 감독은 팀이 해체되면서 야인이 됐고, 김응용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한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한화에서의 2년 6개월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2∼2014년, 3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한화는 김성근 감독 부임 첫해인 2015 정규시즌을 6위로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야신이 한화의 체질을 바꿨다"란 찬사와 "혹사 논란을 부르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는 실망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2016년 7위에 그치면서 김성근 감독의 반대 여론이 더 힘을 받았다.
여기에 한화 프런트 내부에도 '반 김성근 감독 정서'가 자랐다. 한화는 2016시즌 종료 뒤 1군 사령탑 출신 박종훈 단장을 영입하며 김성근 감독의 영향력을 '1군 운영'으로 한정했다.
이후 김성근 감독을 중심으로 한 현장과 박종훈 단장을 앞세운 프런트의 마찰은 계속됐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한화와 계약 기간인 3년을 채우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1969년 마산상고 사령탑에 오르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기업은행, 충암고, 신일고를 거친 그는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OB 베어스 투수코치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마지막 7경기를 감독대행으로 치르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프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것도 1984년 OB에서다.
이후 김 감독은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를 이끌었다. 2002년 시즌 종료 후 LG와 결별한 뒤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 마린스 순회코치로 일한 김 감독은 2007년 SK 와이번스 사령탑으로 부임해 지도자 경력을 꽃피웠다.
약팀을 중상위권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 김 감독은 2007년 SK에서 프로 첫 우승을 일궜다. 2011년 8월 경질될 때까지 김 감독은 SK에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독립구단 원더스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 감독은 한화에서는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아마추어와 독립리그, 프로야구에서 총 12개 팀을 이끈 김성근 감독이 이렇게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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