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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로하니 당선된 날 밤 테헤란 '길거리 나이트클럽'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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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로하니 당선된 날 밤 테헤란 '길거리 나이트클럽' 개장

수만명 거리에 나와 춤추며 환호…해방구 된 테헤란

당선 발표 직후부터 새벽녘까지 승리 만끽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차량정체로 악명높은 테헤란 시내가 20일(현지시간) 밤 아예 마비됐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연임이 확정되자 지지자 수만 명이 거리에 몰려나온 탓이다.

테헤란 주요 도로가 주차장이 됐지만 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기쁨에 동참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테헤란 중심 도로인 발리아스르 거리와 타즈리시 광장, 바낙 광장, 안다르즈구 거리 등은 2002년 월드컵의 강남 사거리처럼 길거리 축제가 벌어졌다.

발리아스르 거리의 야간 조명은 보라색으로 켜졌다. 보라색은 로하니 대통령의 상징색이다. 평소엔 붉은색, 노란색, 보라색이 수초 간격으로 번갈아 점등된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의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었고,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도 눈에 많이 띄었다.

보수파보다 개인의 인권과 대외 개방을 추구하는 로하니 대통령은 젊은 중도·개혁파의 지지를 받는다. 이란은 35세 이하 인구가 70%에 달하는 젊은 나라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들 젊은 층의 일방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2013년 대선에 이어 두 번째로 보수파의 맹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당선 발표가 난 오후 3시께부터 사람이 서서히 모이더니, 어둠이 깔리면서 분위기는 뜨겁게 달궈졌다.

길거리 곳곳에는 로하니 대통령의 선거 운동 주제가뿐 아니라 춤을 추기 좋은 빠른 음악이 크게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마치 나이트클럽에 온 듯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이에 맞춰 박수를 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몸을 마음껏 흔들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으로 운용되는 이란에선 실외에서 음악을 거의 들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나이트클럽은 상상할 수도 없다.

가수의 콘서트도 남자 가수에 한 해 실내에서 가끔 열리고, 종교성이 짙은 마슈하드, 콤과 같은 도시에선 이마저도 금지된다.

그렇지만 이날만큼은 테헤란은 거대한 '길거리 나이트클럽'이 됐다. 말 그대로 젊음의 해방구였다.

곳곳에서 사탕을 공짜로 나눠주는 이들도 있었다. 환호와 폭죽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이란 국기와 보라색 깃발이 물결처럼 휘날렸다.






친구와 함께 나온 알리레자(27) 씨는 흥분된 얼굴로 "평생 나이트클럽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런 것 아니겠냐. 오늘만이라도 로하니 대통령 덕분에 마음껏 자유를 즐기고 싶다"며 기뻐했다.

로하니 지지자라는 호세인(30) 씨는 "로하니 대통령이 패배할 줄 알았는데 이겨서 매우 행복하다"며 "이란은 더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은 "이란에서 이렇게 젊은 남녀가 섞여 춤을 출 기회가 흔치 않다"며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말했다.

과거 보수정권에 의해 가택연금 중인 개혁파 정치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와 모하마드 하타미의 이름을 마음껏 외쳤다.

경찰도 이날 밤 '승리의 파티'를 별다르게 제지하지 않았다.

한 경찰관은 "2013년 대선에서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된 날 밤, 2015년 핵협상이 타결된 날 밤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며 "폭력 행위나 음주, 성범죄만 없다면 기본적으로 질서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여성과 가족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젊은 남성만 남았다.

그런데도 이들은 한데 뭉쳐 록 페스티벌 관중처럼 '떼창'을 하고 음악에 맞춰 껑충껑충 뛰면서 열광의 밤을 보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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