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연임 성공' 이란 개혁 가속 페달…트럼프가 최대 변수
친유럽·반미 정책 변화 없을 듯…이란 국내 인권 개선도 주목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이란 대선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과반 득표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가 지난 4년간 일관되게 추진한 개혁·개방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로하니 대통령은 여전히 이란 국내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큰 보수파의 압박을 이란 국민의 과반 지지로 방어하고 이를 계속 추진할 수 있는 동력과 시간을 마련한 셈이다.
그의 연임 성공은 서방과 타결한 핵합의안에 대한 이란 국민의 지지가 확인됐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로하니 대통령이 앞으로 4년간 핵합의에 기초한 이란과 국제 사회와 상호작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은 없지만 그 속도와 강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결국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이란에 적대적이라는 점이 확실한 상황에서 '로하니표' 개방 정책의 근거인 핵합의가 지속해서 이행될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친서방이라고는 하지만 유럽과 교류를 활성화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선명하게 선을 긋는 터라 양국 관계는 언제든 충돌할 수 있는 재료가 충분하다.
그는 선거 기간 핵합의가 실업, 빈곤 등 경제 현안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보수파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방어하지 않고 오히려 "남은 대(對)이란 제재까지 해제해 보겠다"고 맞섰다.
이 공약이 실현되려면 이란과 미국의 대화가 성사돼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오바마 대통령처럼 테이블에 앉게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
남은 대이란 제재는 주로 탄도미사일 개발과 테러지원과 관련된 것인데 트럼프 정부는 이를 해제하려면 이란의 미사일 개발과 주변 시아파(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란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선결 조건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란과 연계가 드러난다면 이를 이유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핵합의에 대한 국민의 '결제'를 받았지만 다른 시점에서 보면 이 핵합의의 경제적 성과를 일반 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부담도 함께 안게 됐다.
대이란 제재가 해제된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측면이 있지만 30%에 달하는 청년층 실업률과 빈부의 차는 로하니 대통령의 통치에 의문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로하니 정부 2기에서 대중동 정책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반(反) 사우디아라비아 정책, 시리아 바샤르 알사드 정부와 레바논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 대한 지원은 보수와 개혁을 가리지 않고 유사하다.
다행인 점은 반서방 자강론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에 부정적이었던 보수 후보 에브라힘 라이시의 낙선이다.
외국 기업이 중동의 '자원 대국' 이란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과 정치적 안정성이 확실하게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란 제재 전문인 법무법인 율촌의 신동찬 변호사는 "위험 요소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경제적 어려움에도 이란 국민이 핵합의를 굳건히 지지하는 것이 확인됐다"며 "보수파의 입지가 좁아 들어 로하니 정부의 개방 정책을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로하니 정부의 개방 정책이 탄력받아 한국 기업을 비롯해 외국 기업의 이란 진출에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이란 내 사회 분위기가 바뀔지도 주목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통제 완화, 남녀평등, 집회·결사의 자유를 주창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기간 "폭력과 극단주의의 시대는 끝났다고 그들(보수파)에게 말할 수 있는 선거를 해야 한다"며 "우리 젊은이들은 이미 그들의 논리인 '금지'가 아닌 '자유의 길'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보수적 종교 세력의 반대가 여전히 강고하지만 '인권 후진국'이라는 서방의 비판을 받는 이란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로하니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결실을 볼지가 그의 연임을 앞두고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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