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굶는데…호주 유학생활 뽐낸 베네수엘라 고관 딸 역풍
카라카스 시장 딸, SNS에 사진…"추방하라" 청원 운동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 유학 중인 베네수엘라 고위관리 딸이 극심한 식량난과 약탈이 이어지는 고국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롭고 여유있는 생활을 자랑하다 역풍을 맞고 있다.
호주 내 베네수엘라인들은 그의 비자를 취소해 추방하라는 인터넷 청원운동을 펴고 있다.
20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시드니에서 영화를 공부하는 루시아 로드리게스는 베네수엘라 야권 지지자들과 인권운동가들, 호주 내 동포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지난해 초 학생비자로 입국한 루시아는 수도 카라카스의 현직 시장인 호르헤 로드리게스의 딸이다. 극좌파인 호르헤 시장은 부통령을 지내는 등 우고 차베스 전 정권 시절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호르헤 시장의 여동생으로 루시아의 고모인 루시는 현직 외교장관이다.
루시아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호주 생활과 관련된 사진을 올렸다. 이들 중에는 해변에서 한가롭게 선탠을 하거나 서핑을 즐기고, 캥거루들을 껴안고 있는 장면도 있다. 또 유명관광지인 본다이 비치에서 칵테일을 즐기는 모습도 있다.
고위층 자녀의 이 모습은 정부에 비판적인 국내외 베네수엘라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어려움이 날로 가중되는 상황에서 루시아의 모습은 고위층 자녀들의 호화 해외생활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지금 베네수엘라에서는 한때 남미 최대 부국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70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식량 부족으로 많은 국민은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고, 아기들은 분유가 없어 굶어 죽거나 병들고 있다. 약탈과 폭동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반정부 인사들은 루시아의 아버지 호르헤와 현 정부 인사들이 야당인사들을 늘 '부르주아'라고 비난해왔다며 '위선자들'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호주 내 베네수엘라인들은 호주 이민부 장관에게 '비자를 취소해 루시아를 추방하라'며 온라인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현재 3만명 가까운 서명을 받아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 정부는 부패와 폭력, 인권위반에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루시아의 아버지와 고모도 의심을 받고 있다"며 "자본주의 국가들을 비난해온 루시아가 가족들이 훔친 돈으로 호주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가족이 호화 스카이다이빙 강습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고위 관리들이 급여를 반납하거나 급여를 제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이지만, 야권은 지난 10년간 수십억 달러가 국고에서 사라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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