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넥센 에이스' 최원태 "롯데전, 인생 터닝포인트"
8경기서 4승 56이닝으로 팀 내 다승·최다 이닝 선두
투심 패스트볼 앞세워 맹활약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넥센 히어로즈 우완 투수 최원태(20)는 출근길이 즐겁다. "야구가 잘 되니까 안 깨는 꿈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모든 게 잘 풀려서다.
처음 프로에 입문했을 때 '벽'을 절감했던 그는 요즘 3년 전 서울고 에이스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2015년 넥센 1차 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최원태는 올해 선발투수로 깜짝 놀랄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KBO리그 27명의 투수 가운데 가장 어린 그는 8경기에서 4승(공동 8위) 4패 56이닝(5위) 46탈삼진(6위) 평균자책점 3.21(16위)을 달린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도 6번이나 되고,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6이닝을 넘겼다.
심각한 선발투수 구인난 속에서 약관의 나이로 '이닝 이터' 역할을 도맡아 준 최원태는 넥센의 '복덩이'다.
장정석(44) 넥센 감독은 올해 그의 성공 비결을 정신력에서 찾았다.
삼진을 잡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본인이 제일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부터 야구가 잘 풀렸다는 이야기다.
장 감독은 "작년까지만 해도 최원태는 공의 힘만 믿고 던지던 투수였다. 그런데 올해 투심 패스트볼이 타자한테 통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거기에 집중하더라. 구위는 충분하니 지금 정신력을 유지하면서 던져준다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선수"라고 칭찬했다.
사실 최원태는 작년까지만 해도 다른 프로 초년병들과 마찬가지로 힘만 믿고 던지던 투수였다.
그는 1군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7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평균자책점 7.23을 남겼다. 11번의 선발등판 중 퀄리티스타트는 한 번도 없었다.
올해 첫 등판인 지난달 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도 작년까지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1회에만 이대호와 최준석에게 홈런 2개를 얻어맞으며 4점을 내줬고, 2회에는 다시 1실점 해 도합 5실점 했다.
당시 넥센은 LG 트윈스와 개막 3연전을 모두 내준 상황이었다. 보통이라면 최원태를 빼고 경험 많은 베테랑을 마운드에 올려 추가 실점을 막는 방향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장 감독은 "그날 우리가 져서 4연패를 하더라도, 최원태가 얻는 게 있다면 관계없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뒀다"고 말했다.
벤치의 기대대로 최원태는 완전히 달라졌다. 3회부터 6회까지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선발투수로 최소한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1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최원태는 "롯데전 3회가 제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단언했다.
올해 그가 활약하게 된 비결은 투심 패스트볼(투심)이다. 우완 투수가 던졌을 때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휘는 투심은 땅볼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공이다.
최원태는 "작년 2군에서 최상덕 코치님이 던져보라고 권하셔서 조금씩 하다가 (1군 투수코치) 박승민 코치님이 캠프부터 적극적으로 던지라고 하셔서 준비하기 시작했다"면서 "롯데전에서 3회부터 투심을 던지기 시작했는데 (포수) 박동원 선배가 '잘 들어오니까 계속 던져봐라'고 하셔서 '해보자, 잃을 것도 없다'라는 생각에 던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원태에게 투심은 날개가 됐다.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안 치면 스트라이크'인 투심에 방망이를 내지만, 치는 족족 땅볼이 되기 일쑤다.
그는 "롯데전 이후 아예 포심은 안 던진다. 작년까지는 힘으로 밀어붙여 포심만 던졌다. 그런데 내가 자신 있게 던져보니까 타자들은 더 자신 있게 치더라"며 웃었다.
팀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순항 중인 최원태는 자만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기고 또 새긴다.
최원태를 비롯해 신재영·한현희·조상우로 이어지는 국내 선수 선발 4명을 두고 팬들은 '신토불이 4', '도메스틱(국내) 4'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하지만 그는 "솔직히 (그사이에 내가 껴도 될지) 잘 모르겠다. 이제 몇 경기 반짝 잘한 것뿐"이라고 자세를 낮춘다.
그래서 올해 최원태의 목표도 '생존'이다.
"올해 시작하며 '선발로 풀타임 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선발이 (보장된) 제 자리가 아니라 이걸 건강하게 지키는 것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주위에서는 에이스로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그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최원태에게 신재영과 한현희, 조상우와 같은 '20대 선발 선배'가 있는 건 큰 행운이다.
특히 지난해 신인상 수상자 신재영은 최원태의 적응을 돕는 '도우미'를 자처한다.
최원태는 "선배님들이 워낙 잘해주신다. 신재영 선배는 캐치볼 할 때마다 '진짜 (타자들이) 못 치겠다'고 격려해주셨는데, 그게 자신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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