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헌팅턴병 환자 위로…"배아파괴 안돼" 발언 논란 소지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극형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고통스러운 유전성 신경 질환인 헌팅턴병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교황은 그러나 아직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불치병인 헌팅턴병 치료를 위해서는 줄기세포 연구가 최선의 방안으로 인식됨에도 불구하고 "어떤 목적이라도 배아 파괴는 안된다"고 강조해 과학계를 중심으로 한 비판도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바티칸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수 백 명의 헌팅턴병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과 만났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흐느끼는 환자와 보호자를 일일히 축복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교황은 "여러분 가운데 누구도 혼자라고 느끼거나, 짐이 된다거나, 도망가고 싶다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여러분들 모두는 신과 교회의 눈에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강조했다.
헌팅턴병은 염색체 4번에 위치한 헌팅턴 유전자의 변이로 발병하며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흐느적거리듯 움직이는 무도병, 우울증, 치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조현병을 모두 합쳐놓은 것과 유사해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진 이 병은 10만명 당 약 2.7명 꼴로 발병하고, 베네수엘라 등 남미에 특히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남미 일부에서는 특히 이 병에 걸리면 신의 저주를 받았다고 낙인이 찍혀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사회적 고립과 배제에 직면하는 등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나 헌팅턴병 퇴치를 위해 연구하는 유전학자들에게 "과학과 인류, 사회에 아무리 유용할지라도 어떤 목적에서든 배아의 파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말해 과학적·윤리적인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교황의 이런 발언은 인공적인 피임이나 유전병을 차단하기 위한 시험관시술 등을 금하고 있는 가톨릭의 기본 방침과 일치하는 것이다.
한편, 교황과 헌팅턴병 환자와의 이날 만남을 조율한 헌팅턴병 환우 단체 관계자는 "세계적인 지도자가 헌팅턴병 환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이번 만남이 헌팅턴병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고립을 해소하고, 질병 치료 연구를 촉진하는 캠페인이 널리 알려지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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