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의료생협 설립해 요양병원 운영…53억 부정수급
경찰 '의료법 위반' 의료생협 이사장·공무원 구속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가짜 조합원을 내세워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50여억원을 타낸 이사장과 공무원이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의료법 위반,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인천 모 의료생협 이사장 A(51·여)씨와 인천시 남구 공무원 B(59·5급)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 등 2명은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인천시 남동구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의사를 고용,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등의 명목으로 총 53억7천만원을 불법으로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인이나 노인정에서 알게 된 지역 주민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의료생협을 설립했지만, 조사결과 A씨 등 2명이 출자금을 모두 낸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관련법을 악용했다.
의료법상 의사면허가 없으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그러나 의료생협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출자금 1억원 이상, 조합원 수 500명 이상이면 지자체의 인가를 받아 설립할 수 있다.
B씨는 경찰이 인천 지역 의료생협에 대해 수사에 나서자 이 사실을 A씨에게 알려준 혐의(공무상비밀누설)도 받았다.
의료생협 관련 부서에 근무한 B씨는 경찰로부터 지역 현황 등의 자료를 보내달라는 협조 공문을 받자 A씨에게 "경찰 수사에 대비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운영한 요양병원과 유사한 형태의 가짜 의료생협이 인천에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인 B씨가 의료생협과 요양병원을 설립할 때부터 지인인 A씨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