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해소 경쟁 불붙은 선진국…뒤처지는 한국
규제경쟁력 순위 한국 2009년 98위→2016년 105위…영국 86위→25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만 하더라도 영국과 한국의 규제경쟁력 순위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세계경제포럼(WEF) 통계에 따르면 당시 영국은 86위, 한국은 98위였다.
하지만 이로부터 7년이 지난 2016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영국은 25위로 순위가 껑충 뛰어오른 반면, 한국은 105위로 추락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국은 정부가 나서서 규제총량 감축에 총력을 기울였다.
2010년 도입한 '원-인, 원-아웃'(One-In, One-Out, 신규 규제를 1건 신설할 때마다 기존 규제도 1건씩 없애는 내용) 규제비용총량제를 2013년부터 '원-인, 투-아웃'으로 강화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부터는 '원-인, 스리-아웃'을 적용하고 있다. 새 규제가 생길 때마다 기존 규제가 3개씩 사라지는 셈이다.
또 기업규제비용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기업규제비용을 100억파운드(약 14조4천억원)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감축 계획을 밝힌 후 첫 1년 간(2015년 5월~2016년 5월) 8억9천만파운드(약 1조3천억원) 절감에 성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발표한 보고서 '영국, 호주 규제개혁정책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해외 주요국의 최근 규제개혁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사례를 통해 3가지 시사점을 뽑아냈다. ▲ 규제총량을 줄여라 ▲ 규제비용 목표를 정해라 ▲ 규제는 덩어리로 통합해서 풀어라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총량 절감 움직임은 영국뿐 아니라 미국과 호주에서도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은 '원-인, 투-아웃'과 유사한 규제총량관리제 전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투 포 원 룰'(Two for One Rule, 규제 1건 도입 때마다 기존 규제 2건 이상 폐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기존 규제의 75% 이상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호주도 2014년부터 규제상쇄제도를 도입했다. 규제 신설로 비용이 발생하면 기존 규제 개선을 통해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줄이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아울러 규제비용 절감목표을 제시한 뒤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도 거뒀다.
호주는 2013년 9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30억호주달러(약 2조5천억원)의 규제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실제 비용 절감 결과는 48억호주달러(약 4조원)에 달했다.
또 보고서는 규제 통합관리의 모범 사례로는 지역단위 규제개혁인 '국가전략특구법' 등을 제정한 일본 아베 정권을 꼽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2014년 7월부터 규제비용총량제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규제가 규제비용총량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규제개혁은 대규모 재정지출 없이도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해 중단 없는 규제개혁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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