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타난 고라니와 '꽝'…야생동물 로드킬 연간 200만마리
작년 고속도 2천247건, 국도 1만2천건, 지방도로는 집계도 안돼
고라니·멧돼지·너구리·오소리 순…5월 '최다' 특히 주의해야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야간 운행을 하고 있는데 고라니가 가드레일을 넘어 갑자기 튀어나와 차와 부딪혔네요. 핸들을 안 틀어서 저는 살았습니다."
한 네티즌이 지난 15일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이 네티즌은 고라니와 충돌로 앞범퍼 부분이 심하게 부서진 차량 사진도 함께 올렸다.
같은 날 다른 네티즌도 "새벽 4시 오토바이를 타고 밤길을 가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와 부딪혀 큰 사고가 날뻔했다"는 글과 함께 사고 당시 영상을 인터넷 한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 야생동물 사고와 관련한 이같은 글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운전 중 도로에서 야생동물을 봤거나 충돌할 뻔했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자주 들린다.
고속도로나 국도 등을 운전하다 보면 고라니와 고양이 등 야생동물 사체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17일 한국도로공사와 국토부, 생태 전문가 등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은 1만1천379건이다.
지난해 연간 발생한 고속도로 로드킬을 월별로 보면 5월이 588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6월 389건, 4월 224건, 12월 190건 순이었다. 사고가 봄에 집중돼 있다.
피해 야생동물은 고라니가 1천990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멧돼지가 115마리, 너구리 78마리, 오소리 22마리, 산토끼 12마리였다. 삵도 5마리가 로드킬을 당했다.
고속도로 노선별로는 중앙선 366건, 중부선 317건, 당진대전선 258건, 경부선 219건 순이었다.
일반 국도에서는 지난해 1만2천876건의 로드킬이 발생했다.
최근 '도로 위의 야생동물'이라는 연구 책자를 발간한 국립생태원 최태영(44) 연구원은 이 책자에서 "아직 국내 로드킬 사고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며 "한국도로공사와 국토부 등에서 고속도로와 국도상의 사고로 죽은 야생동물 통계가 있으나 이것도 사체 처리 등을 위한 것이어서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관리 관청이 지정된 국내 전체 도로 10만7천500여㎞ 중 고속도로는 4%(4천200여㎞), 국도는 14%(14만여㎞)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지방도나 시군도에서 발생하는 로드킬 사고는 거의집계되지 않는다. 가드레일이나 울타리 등이 있어 진입이 곤란한 고속도로 내 로드킬 사고는 전체 사고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한 기관이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연간 로드킬을 당하는 야생동물 중 31%가 고라니 등 포유류, 17%가 뱀 등 파충류, 23%가 꿩 등 조류, 28%가 두꺼비 등 양서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연간 도로에서 죽는 고라니가 6만마리, 고양이가 10만마리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로드킬 야생동물 비율을 적용하면 매년 180만건이 넘는 로드킬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며 "양서류의 로드킬은 조사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야생동물 로드킬이 200만건을 훨씬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봄철에는 어미로부터 독립한 뒤 이동을 많이 하는 고라니, 알에서 부화한 양서류 등의 로드킬이 많고, 늦은 봄에는 부화해 독립을 시도하는 꿩 등 조류 로드킬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기온이 조금씩 낮아지는 가을에는 겨울잠을 위해 이동하거나 햇빛을 받아 주위보다 따뜻한 아스팔트 도로로 올라오는 뱀 등 파충류 사고가 잦으며, 이때 고라니 사고도 다시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4차선 이상의 도로에서는 차량이 고속 주행하는 만큼 갑자기 나타난 동물을 피하려다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만큼 야생동물 로드킬을 막기 위해서는 도로 관리청이 면밀한 조사를 거쳐 생태통로 등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2차선 이하의 도로에서는 저속 운행을 하게 됨에 따라 운전자들이 도로 위의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조심 운전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로드킬 사고로 인한 인명 또는 재산피해도 적지 않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정확한 사고 통계 산출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로드킬이 자주 발생하는 도로에서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안내판 설치 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로 상에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핸들을 급하게 조작하거나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으면 안 된다"며 "동물이 도로 밖으로 나가도록 경적을 울리되 차량 상향등을 켜면 동물이 일시적인 시력 장애를 일으켜 오히려 차량으로 달려들 수 있으니 사용을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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