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에 손편지 선물한 성신여대생…"깊이 감사합니다"
교내 수익금으로 환경미화원 55명에 일일이 손편지·다과세트 선물
"생각지도 못한 선물…정규직 전환돼 더 큰 보람 느꼈으면"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손형주 기자 = 성신여자대학교 학생들이 교내 청결을 위해 밤낮으로 땀 흘리는 환경미화원들에게 손편지로 감사를 표현하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
16일 오전 11시께 성신여대 환경미화원 권정옥(59)씨와 최정순(61)씨는 교내 성신관 1층의 5평 남짓한 '소통소톡방'에 다소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도착했다.
김혜빈(22·법학과) 학생 등 성신 '체인지(體仁知)' 사회봉사단 학생 6명이 환한 얼굴로 권씨와 최씨를 맞이했다.
체인지 봉사단 15명은 교내 환경미화원 55명 전원을 위해 일일이 손편지를 쓰고, 다과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이달 10∼11일 교내에서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 기념 감사카드를 팔고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이벤트를 벌여 약 45만원을 모았고, 편지와 선물을 준비했다.
김혜빈 학생은 "저희가 평소에 감사하다는 표현을 못 해서 이런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권씨와 최씨에게 고개 숙이며 선물을 건넸다.
이보림(22·법학과) 학생은 "저희뿐 아니라 전교생이 같은 마음"이라면서 "자주 뵙는데 감사하다는 표현을 못 해서 준비한 선물이니 받아 달라"며 웃었다.
권씨와 최씨는 "너무너무 감사하다"면서 "평소에 대화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니까 참 좋다"며 활짝 웃었다.
권씨가 손편지를 꺼내 들었다가 "아유, 잘 안 보이네"라며 멋쩍게 웃자 이보림 학생이 직접 편지를 읽어줬다.
편지에는 학생들이 꾹꾹 눌러 쓴 손글씨로 "저희가 공부하고 생활하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주시는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생에 비할 순 없겠지만, 휴식 때 드실 차를 준비했습니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 항상 건강하세요" 등 진심 어린 글귀가 담겨있었다.
권씨와 최씨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 고맙다"면서 "이렇게 예쁘게 손편지를 다 쓰고, 한 명 한 명 이름까지 다 써주고 정성이 대단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권씨는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면서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이 '밑바닥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회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보며 어떤 기분이었냐고 묻자 "실질적으로 청소노동자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 같긴 하다"면서 "사회적 인식이 바뀔 테니 더 보람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성신여대에서만 8년째 일하고 있다는 최씨는 "우리가 당연히 하는 일에 학생들이 고맙다고 해주니까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8명이 한 공간에서 쉬는데, 휴게 공간이 조금만 더 넓었으면 좋겠다"고 학교 측에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보림 학생은 "평소에 어머님들께 인사를 하긴 했지만 '안녕하세요'라고 했지 '감사합니다'라고 하지는 못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처럼 학교 구성원인 어머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어서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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