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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거장 크레머의 도전…"새 작곡가 찾는 일, 멈추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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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거장 크레머의 도전…"새 작곡가 찾는 일, 멈추지 않을 것"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 20주년 기념 내한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젊은 시절부터 옛날 작곡가의 곡만 연주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유명한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바이올린계의 혁명가'이자 '현존하는 최고 거장'으로 평가받는 기돈 크레머(70)의 음악 실험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오는 31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이메일로 먼저 만난 크레머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능력은 예술가로의 내 삶을 이끈 최고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크레머는 연주자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일생을 새로운 곡을 발굴해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고전과 현대음악을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독창적인 공연 기획은 늘 클래식계의 '사건'이었다. 그가 무엇을 연주했는지, 어떤 해석을 보였는지에 클래식계 눈과 귀가 쏠렸다.

1996년 발표한 음반 '피아졸라 예찬'이 대표적인 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의 곡을 바이올린으로 담아낸 이 앨범 발매 이후 클래식계에 탱고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는 끊임없이 새 작곡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이유에 대해 "훌륭한 창작자(작곡가)들이 여전히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퍼토리를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있습니다. 바흐나 슈베르트, 슈만 같이 내가 좋아하는 고전음악 외에도 에네스쿠, 슐호프 같이 가까운 과거의 작곡가들을 발견해왔습니다. 노노, 슈니트케, 구바이둘리나 같은 동시대 작곡가들에게는 새로운 곡을 요청하기도 하죠."

이런 그의 음악적 영감을 실현해온 팀이 크레메라타 발티카다.

라트비아 태생인 크레머는 1997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이 실내악단을 창단했다.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발트 해 출신으로 구성된 크레머의 실내악단(카메라타)이란 뜻의 조어.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은 이 악단을 크레머는 "아이"(child)로 칭하며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내게 주어진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마치 꿈에서 태어난 '아이'가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난 것과 같아요. 이 아이의 부모라는 사실이 매우 행복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이 악단의 음악적 특징에 대해 "열린 사고, 모험을 감수하는 용기, 음악적 유연성, 고루함을 피하려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 하는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 역시 개성이 넘친다.

1부에서는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과 동시대 작곡가인 필립 글래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을 나란히 배치했다.

그는 "바흐와 글래스를 이어 연주함으로써 과거의 전통이 어떻게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되었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부에서는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들려준다.

그는 자유로운 예술 정신으로 음악 팬들을 사로잡고 있지만, 음악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2009년 클래식과 영화음악에 유머를 가미한 신개념 클래식쇼 '기돈 크레머되기'를 통해 "상업적인 하향 평준화가 일어나는" 클래식 음악계에 대한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다.

또 2011년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스타 중심의 음악제에 반대하며 공연을 취소한 사건도 유명하다.

그는 "여전히 음악계에서 메피스토펠레스(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와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는 예술이 오락물로 전락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이런 룰을 따라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 매우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팬들에게도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인생은 꼭 성공하라고 주어진 게 아닙니다. 당신의 이상에 충실하세요. 그리고 결코 그것을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티켓 가격은 4만~20만원. ☎1577-5266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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