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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선과 야거, 감독과 선수로 평창서 재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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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선과 야거, 감독과 선수로 평창서 재회할까

1991년 NHL 피츠버그 첫 우승 당시 한솥밥

"평창에서 야거를 만난다면 환상적인 일"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014년부터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끄는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감독은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 때 캐나다에 이민 간 교포 출신이다.

1985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신인 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 펭귄스의 지명을 받은 백 감독은 1990~1991시즌에 한국인 최초로 NHL 무대를 밟았다.

오랜 마이너 시절을 거쳐 피츠버그 라커룸의 한 자리를 차지한 백 감독은 바로 옆자리를 NHL에 갓 데뷔한 신인 선수와 쓰게 됐다.

훗날 NHL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그는 바로 그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 지명을 받은 야로미르 야거(45·플로리다 팬서스)였다.

체코 출신의 야거는 일찍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해 드래프트를 앞두고 모든 팀이 군침을 흘렸으나 정작 그는 "체코에 남을 것"이라는 거짓말로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가진 팀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야거가 마음에 두고 있는 팀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NHL의 전설로 남아 있는 슈퍼스타 마리오 르뮤를 동경했던 그는 르뮤와 함께 피츠버그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 피츠버그가 전체 5순위로 야거를 지명할 때까지 다른 팀들은 그를 호명하지 않았다.

야거를 영입하며 우승에 필요한 마지막 퍼즐을 채운 피츠버그는 1991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스탠리컵을 들어 올렸다. 백 감독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NHL 우승의 영광을 맛본 순간이었다.

백 감독은 야거와 함께 2년 연속 스탠리컵 우승을 차지했으나 함께 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백 감독은 1993~1994 시즌 도중 로스앤젤레스 킹스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부상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일찍 은퇴를 선택했다.

반면 1990년 NHL 데뷔 당시 현역 최연소 선수였던 야거는 현역 최고령 선수로 여전히 빙판을 누비고 있다.

야거는 골과 어시스트를 합친 공격 포인트를 가장 많이 쌓은 선수에게 수여하는 '아트로즈 트로피'를 5번 수상했고 1998~1999시즌에는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마크 메시어(은퇴·1천887포인트)를 추월하며 역대 포인트(골+어시스트)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리그 성적만큼 그를 빛나게 하는 것은 국가대표로서의 성과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NHL의 참가가 처음으로 허용되자 주저 없이 합류해 조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당시 체코의 전력은 중위권 정도로 평가됐으나 최고의 선수였던 야거와 철벽문지기 도미니크 하섹을 앞세워 준결승에서 캐나다, 결승에서는 러시아를 차례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체코는 2005년과 2010년에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체코 아이스하키 황금시대의 중심에는 언제나 야거가 있었다.

야거는 1998년 나가노를 시작으로 2014년 소치까지 5번의 동계올림픽을 개근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의사는 아직 밝히지 않았으나 올 시즌에도 NHL에서 16골 30어시스트를 올린, 변함없는 기량을 감안할 때 참가가 유력하다.

한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 체코, 스위스와 함께 A조에 속해 있어 만약 야거가 출전한다면 백 감독은 감독과 선수로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NHL 사무국은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지만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경우 구단이 이를 허용할지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NHL에서 가장 존경받은 선수인 야거가 평창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고 하면 이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봐야 한다.

백 감독은 지난 1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야거를 평창에서 만난다면 환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그를 보고 싶은 것은 물론이다. 야거가 NHL에 데뷔했을 때 우리는 피츠버그 라커룸에서 바로 옆자리를 썼다"고 소개했다.

그는 "야거가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나는 그가 18살 때부터 함께 뛰었는데, 그때도 훈련량이 엄청났다. 그가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환상적"이라고 덧붙였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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