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칸진출 영광…프라이팬 위 생선처럼 두렵기도 하다"(종합2보)
'옥자' 6월 29일 국내 극장 개봉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희선 기자 = "감독 입장에서는 칸영화제만큼 영광스럽고 흥분되는 자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전 세계 까다로운 팬들이 시골 마을에 모여 제 영화를 본다는 점에서 불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가는 생선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두렵기도 합니다."
영화 '옥자'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은 15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칸 진출 소감을 밝혔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가족처럼 자란 거대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틸다 스윈턴,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등 할리우드 배우와 아역 배우 안서현, 변희봉, 최우식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다.
봉 감독은 "옥자는 동물로,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동물"이라며 "이 동물을 사랑하는 소녀 미자의 사랑과 모험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세상의 복잡한 것들과 이에 대한 풍자적 요소가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가 자본주의 심장부인 뉴욕까지 가는 독특한 여정을 그리며, 이때문에 무대가 계속 변한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600억원)을 투입했고 브래드 피트가 세운 제작사 플랜B가 제작했다.
봉 감독은 "넷플릭스 덕분에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면서 "예산 규모가 너무 커서 그것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는 회사가 많았고, 영화의 내용도 너무 과감하고 독창적이어서 망설이는 회사가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두 가지 리스크에도 영화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옥자'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제작과 관련한 모든 분야의 전권을 봉 감독에게 부여했다.
봉 감독은 "영화의 유통·배급도 중요하지만 작가이자 연출자로서 창작의 자유가 제일 중요했다"며 "이 정도 예산의 영화에서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넷플릭스의 콘텐츠 최고 책임자(CCO) 테드 사란도스는 "이번 영화 제작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일"이라며 "오래전부터 봉 감독을 흠모하고 있었고, 정말 봉 감독이야말로 영화계 장인이라고 생각했다. 봉 감독과 일할 기회여서 욕심이 났고, 또 하나의 도전이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플랜B의 프로듀서 제레미 클라이너는 "봉 감독은 정말 영화업계에 위대한 아티스트로, 스토커 수준으로 봉 감독을 좋아했다"면서 "운 좋게 '옥자'의 대본을 봤는데 비주얼이 대단했고,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린이의 순수함과 성인의 세계를 잘 그리고 있었고, 독창적인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도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테드 사란도스 CCO는 최근 칸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영화 초청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칸영화제는 언제나 뛰어난 작품만 초청하며, '옥자' 역시 배급과 무관하게 선정됐다"면서 "그동안 배급을 안 하는 영화도 칸영화제에 초청된 역사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극장 상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영화가 동시에 극장 개봉하고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되길 바란다"면서 "전 세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영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도 "스트리밍과 극장은 결국 공존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의 논란은) 두 방식이 어떻게 공존하는 게 아름다운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옥자'는 오는 6월 28일(한국시간 6월 29일) 전 세계 190개국에 넷플릭스로 서비스되는 동시에 한국에서는 같은 날 극장에서 개봉한다. 극장 상영 기간에는 제한을 두지 않을 예정이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옥자'가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되는 만큼 극장 상영은 단기간으로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다.
'옥자'는 한국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서도 극장 개봉이 예정돼 있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한국과의 협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테드 사란도스 COO는 "앞으로 계속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굴할 것"이라며 "'좋아하면 울리는', '킹덤' 등 두 편의 작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한국 오리지널 영화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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